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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0월 10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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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의 한 고위 간부는 최근 기자와 만나 “국정감사장에서 감사원 자료가 아무런 출처 인용도 없이 돌고 있다”며 혀를 내둘렀다.
부처 감사 결과를 발표할 때 감사원이 이미 지적한 내용을 마치 새로운 비리라도 발견한 것처럼 버젓이 자신의 이름을 박아 국감 보도자료로 뿌리는 행태를 겨냥한 말이다.
이번 국정감사에 앞서 여야는 모두 ‘정책국감’을 선언했다. 그러나 감사원 자료 베끼기 수법은 어느 상임위에서나 벌어지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초선 의원들도 이런 구태에 동참하고 있다는 점이다.
8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자산관리공사(KAMCO) 국감에선 7월 불거졌던 대우건설 매각 주간사회사 선정 비리를 놓고 여야 초선 의원 대부분이 거의 같은 자료를 동시에 내놓았다.
의원들이 이미 발표된 감사원 자료를 일제히 자신의 업적인 양 보도자료로 쏟아 낸 것도 따지고 보면 초선 의원들끼리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제각각 ‘개인플레이’에 치중한 결과인 셈이다. 같은 당 의원들끼리 사전에 ‘팀플레이’를 위한 회의를 한번만 가졌더라도 ‘붕어빵’같이 똑같은 자료를 내놓는 낭비를 피해 좀 더 효율적인 국감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17대 국회에 입성한 한 초선 의원은 최근 ‘국감은 잘 돼 가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정쟁(政爭)구도에 얽히다 보니 당초 의욕이나 기대에 비해 제대로 국감을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이 든다”고 무력감을 호소했다.
실제 국감이 중반에 접어든 요즘 “‘정책국감’이 ‘정쟁국감’으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정책감사보다는 이념과 정쟁에 치우치는 느낌이다.
하지만 ‘욕하면서 배운다’는 속담처럼 지난 한 주간의 국감현장을 지켜보면서 ‘진흙탕 싸움’에 관한 한 초선과 다선의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던 게 솔직한 감상이었다. 상황을 탓하기에 앞서 초선다운 패기로 참신하게 정책국감에 임했으면 하는 게 국회 새내기들에 대한 바람이다.
최영해 정치부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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