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하종대]‘국정’은 언제 監査합니까?

  • 입력 2004년 10월 7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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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지켜보고 있으니 정쟁은 지양해 주시기 바랍니다.”

6일 오전 10시 서울시청 3층에 마련된 서울시에 대한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의 국정감사장. 이용희 행정자치위원장(열린우리당)은 개회를 선언하면서 의원들에게 이같이 ‘특별 주문’했다. 수도 이전 ‘관제데모’ 의혹을 놓고 치열한 정치 공방이 벌어진 직후에 열리는 탓에 국감장이 자칫 여야의 싸움터로 변질될 것을 우려한 당부였다.

그러나 첫 질의자로 나선 김충환 의원(한나라당)은 언제 그런 부탁이 있었느냐는 듯 ‘관제데모’ 얘기부터 꺼냈다.

“(서울)시장이 관제데모를 했다고 총리와 행정자치부 장관이 주장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예상되는 여당 의원의 공세를 의식해 이 시장을 사전 엄호하는 발언을 꺼내기 위한 질문이었다.

노현송, 홍미영 의원 등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줄줄이 관제데모 의혹을 물고 늘어지며 이 시장을 압박했다.

이렇게 시작된 ‘관제데모’ 공방은 오후 늦게까지 계속됐다.

국민은 이날 젊은 의원들이 대거 국회에 진출한 첫 국감인 만큼 예전 5공 청문회 때 일부 소장의원들이 그랬듯 송곳 질문을 통해 면밀하게 정책 검증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날 의원들은 이에 크게 못 미쳤다. 똑같은 의혹을 재탕 삼탕 거론하며 일장연설만 늘어놓는가 하면 답변시간을 거의 주지 않는 의원도 있었다.

의원들은 오후 8시경 관제데모 공방이 끝나자 자정을 넘길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서둘러 국감을 끝냈다.

서울시는 한 해 15조원 이상의 예산을 사용하는 국내 최대의 광역자치단체다. 그런데도 서울시의 재정, 노동, 환경, 산업 등 민생 문제는 이날 언급되지 않음으로써 올해 국정감사를 받을 기회가 사라져 버렸다. 재산세 소급 감면 논란, 난지도 골프장 문제, 지하철 미세먼지 등에 대한 감사기회가 아예 날아간 것이다.

18일로 예정된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의 서울시 국감은 어떨까. 이때도 정치 공방만 계속할지, 아니면 국감다운 국감을 기대하는 국민의 실낱같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지 지켜볼 일이다.

하종대 사회부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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