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직도 병역비리인가

  • 입력 2004년 9월 6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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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선수와 연예인 등이 대거 연루된 병역비리 사건의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경찰은 병역기피를 알선한 브로커의 수첩에 나온 80여명을 수사 중이라고 하나 지난 8년간 이들에게 돈을 건네고 ‘국방의 의무’를 면제받은 사람이 고작 이 정도 숫자일지 의문이다. 프로야구 구단 등 관련자에 대한 당국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한다.

이번엔 동원된 수법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과거의 병역비리 사건은 대부분 군 관련 인사의 ‘내부 공모’가 있었던 데 반해 이번 사건은 소수 브로커의 주도면밀한 계획 아래 3단계 신체검사 체계를 완벽하게 따돌렸다. 브로커는 신검 대상자가 면제 판정을 받은 뒤에도 6개월∼1년간 허위 치료를 받게 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얼마 전 ‘병역기피용 문신’이 파문을 일으킨 데 이어 우리 사회 일각의 심각한 병역기피 풍조를 보여 주는 듯해 개탄스럽다.

병무청은 문제가 된 신장 관련 질환을 중점 관리 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서둘러 대책을 발표했으나 이번만큼은 ‘땜질 처방’에 그쳐선 안 된다. 허술한 신체검사 체계의 전면 개선을 포함해 병무행정 전반의 맹점을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병역법 위반 공소시효가 3년에 불과한 현행 법조항도 고쳐 불법으로 병역을 기피한 사람들이 발을 뻗고 잠잘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이참에 병역면제를 돈으로 사고파는 잘못된 풍토를 근본적으로 바로잡을 수 있는 방안을 모두 동원할 필요가 있다.

국민 개병제(皆兵制)를 시행하는 나라에서 잊을 만하면 병역비리 사건이 터지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증거다. 국가에 대한 국민의 충성심이 엷어지고 있다는 경고로 볼 수도 있다. 이번 사건을 가볍게 처리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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