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827년 윌리엄 블레이크 출생

  • 입력 2004년 8월 11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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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칼릴 지브란의 ‘영혼의 형제’였다.

‘무엇이든 손에 넣으려는’ 시대를 살았으나 그는 생애에 그 어떤 이익(利益)도 구하지 않았다.

가난하게 살다가 무관심 속에서 죽었다.

겨우 굶어죽지 않을 만큼 극소수의 사람들에게서만 인정을 받았다. 어떤 작품은 너무 난해해서 그가 살아 있는 동안 거의 이해되지 못했다.

그는 외곬이었고 ‘미치광이’로 불렸다.

영국의 화가이자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

그는 급진적인 사상가였다. 마르크스 이전에 마르크스보다 더 철저하게 자본주의의 산업사회를 비판했다. “우리가 누군가를 궁핍하게 만들지 않았다면/자비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최초의, 그리고 가장 위대한 낭만주의 시인.

그러나 그의 존재는 유럽의 문화전통에서 희귀한 것이었다. 그의 시는 일찍이 영어로 씌어진 적이 없는 영적(靈的) 생기로 넘친다.

“한 알의 모래에서 세상을 보고/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보네/네 손바닥 안에 무한이 있고/순간 속에 영원이 있다….”

그의 예술의 출전(出典)은 성경이다. 그러나 그는 이 유럽문화의 텍스트를 뒤집어 읽는다. ‘악마의 성경’으로 읽었다.

그는 지옥의 부흥을 노래하며 ‘블레이크판(版) 창세기’를 써 내려간다. 창조주는 더 이상 선하고 의로운 여호와가 아니라, 태초의 통일성에 거역함으로써 물질세계에 갇히게 된 ‘어둠의 힘’이다.

그는 진리의 원천을 개인의 직관과 상상력에서 찾았다. 이성과 합리주의는 ‘마음으로 벼린 사슬’이었다. 모든 사물을 동굴의 어둡고 작은 빛을 통하여 겨우 바라보는 것이었다.

‘지각(知覺)의 문’을 깨끗이 치우고자 했던 그의 문학은 언어를 매개로 하지 않는다. 신화적 상징의 탑을 쌓아올린다.

인간 존재의 비극적 딜레마에 골몰했던 블레이크.

그에게 세상은 ‘천국과 지옥의 결혼’이었다. ‘병든 장미’였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벌레는 그 어둡고 은밀한 사랑으로 ‘격렬한 진홍빛 환희(장미)’를 갉아먹고 있었다.

신(神)은 너그럽지 않았다. 전제적(專制的)이었다.

“호랑아! 호랑아! 이글이글 불타는구나/캄캄한 밤 숲속에서/어떤 신의 눈과 손이/네 무시무시한 형상을 빚어냈느냐?”

그리고는 묻는다. “양(羊)을 만드신 그분이 너도 만들었느냐?”

이기우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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