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정동우/믿고 싶지 않은 ‘10년후’

  • 입력 2004년 6월 30일 18시 25분


한때 ‘송하비결’이라는 예언서가 화제를 모은 적이 있었다. 이 책은 2004년부터 2011년까지의 국운을 정국 불안, 국지전 발발, 핵폭탄 투하, 역병 창궐 등 비참하게 예언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미래를 염려하기도 했지만 솔직히 필자는 코웃음을 쳤다. 난해한 상징어로 된 사언절구의 한자들은 사람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해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최근 향후 10년간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국제관계를 분석하는 예측서를 한 권 읽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 소름이 돋았다. 이는 난해한 한시 구절이 아니라 알기 쉬운 표현과 다양한 분석자료로 씌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공병호경영연구소장인 공병호씨가 최근 발간한 ‘10년 후 한국’(해냄)이다.

이 책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현상을 바탕으로 이러한 상태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10년이나 15년 후의 한국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에 대해 매우 논리적이며 설득력 있게 예측하고 있다.

이 책은 먼저 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주력 산업이 높은 임금과 노조의 강세 등으로 점차 경쟁력을 잃어 중국과 동남아로 이전하고 있고 이에 따라 일자리는 갈수록 큰 폭으로 줄어드는 현상에 대해 지적한다. 심각한 대졸 실업 문제가 일시적인 경기 후퇴 탓이 아니라 앞으로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특히 기업가 정신의 위축과 그 원인에 대한 분석이 마음에 와 닿는다. 부의 축적과 사회적 인정이라는 인센티브는 점차 줄어들고 온갖 책임과 부담만 늘어가는 환경에서 ‘누구 좋으라고 기업하나’라는 냉소적인 반응이 생겨 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선 매사에 경제원리보다 정치원리가 앞서고 합리적인 목소리보다는 감성적인 집단의 힘이 강해 기업과 사회 전반의 생산적 역동성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공씨는 이 밖에 △자조 자립의 시대정신 실종 △평등과 분배의 이름으로 추진되는 대규모 재정지출과 이로 인한 국가재정 고갈 △노동자의 경영 참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기업환경을 악화시키는 대중인기영합주의적 정책 △가속화되고 있는 국내 자본의 해외 유출 등 우리의 미래를 암울하게 하는 현상들을 조목조목 꼽고 있다.

공씨는 이러한 정책과 사회적 분위기의 파급 효과는 앞으로 10년 이상의 시간을 두고 나타날 것이며 그 결과는 부유층에 타격을 주기보다는 중산층의 몰락과 빈곤층의 증가로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북한과 노동당 정권 하의 영국, 좌파정권 하의 프랑스 등 구체적인 사례가 말해 주듯 좌파나 사회주의적 정책을 선택했던 정권이 성공한 사례는 없으며 반시장주의 정책은 가난으로 가는 지름길로 보인다. 최근의 상황은 극히 일부의 언론만이 정권으로부터 왕따를 당하며 나라의 장래에 대해 외롭게 경보음을 울리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필자는 공씨의 예측이 틀리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누군가 설득력 있게 공씨의 진단을 비판하고 납득할 만한 근거를 바탕으로 정반대의 예측을 내놓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우선 미래에 대한 불안감만이라도 떨쳐 버릴 수 있도록.

정동우 사회1부장·부국장급 fo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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