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황호택/‘돈 방석’ 회고록

  • 입력 2004년 6월 24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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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회고록을 따로 펴낸 경우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부부가 아마 처음일 것이다. 대통령 부인 중에서는 바버라 부시 여사가 드물게 ‘회고록’(A Memoir)을 펴냈으나 남편 조지 부시는 회고록을 쓰지 않았다.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는 각자 회고록을 냈다는 점에서도 유별나지만 회고록을 통한 돈벌이에서도 ‘부창부수(婦唱夫隨)’다. 남편에 앞서 작년에 ‘살아 있는 역사’를 발간한 힐러리 상원의원은 회고록 세일즈에서도 지독한 면모를 보여줬다.

▷그녀는 선(先)인세로 출판사상 전무후무한 810만달러(약 94억원)를 받았다. 그 보답을 하려는 듯 미국 전역과 파리 런던 베를린 등 해외 17개 도시의 저자 사인회에서 2만권의 책에 서명했다. 미국 버지니아주 월마트 매장 사인회에서는 손목이 부어 얼음찜질을 하고 손목 보호대를 사용하며 사인을 계속했다. 회고록 출판사 ‘사이먼 앤드 슈스터’의 캐럴린 레이디 사장은 “1시간반 동안 독자 1500명과 악수하고 사인하는 일을 힐러리 의원은 즐겁게 해내더라”며 놀라워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나의 인생’ 판매를 위한 북 투어(Book tour)와 언론 인터뷰로 일정이 빠듯하다. 7월 말까지 뉴욕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필라델피아 워싱턴 덴버 등지의 책방을 돌며 사인회를 갖는다. 워싱턴의 한 서점에서는 사인회 입장권을 얻으려고 1000여명이 7시간 동안 줄을 서서 기다렸다. CBS 댄 래더, ABC 오프라 윈프리, CNN의 래리 킹 등 방송 인터뷰가 줄을 잇고 타임, USA투데이 등 신문잡지 인터뷰도 열심히 챙긴다. 돈 한푼 안 내고 책 광고를 톡톡히 하는 셈이다.

▷자존심 강한 부부가 르윈스키 스캔들에 어떻게 대응했을까 하는 통속적 호기심 때문에 책을 사는 사람들도 상당수다. 힐러리 의원은 ‘살아 있는 역사’에서 남편에게서 처음 고백을 듣고 “그의 목을 비틀고 싶었다”고 말한다. 남편을 침대에서 쫓아내 거실 소파에 재웠다는 이야기는 남편 회고록을 위해 아껴둔 것인지 ‘나의 인생’에서 처음 나왔다. 르윈스키 스캔들과 관련한 가정비화도 두 부부가 회고록 마케팅을 위해 조금씩 나누어 가진 것일까.

황호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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