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두산 김경문 감독 ‘믿는 야구’ 꽃핀다

  • 입력 2004년 6월 15일 17시 57분


두산 김경문 감독
두산 김경문 감독
두산 김경문 감독은 사령탑 데뷔 시즌인 올 한해를 힘겹게 보낼 것 같았다.

선두 타자 정수근이 자유계약선수로 풀려 롯데로 떠났고 간판타자 심재학도 기아로 옮겨 주포 2명이 빠진데다 특별한 외국인 선수의 보강도 없었기 때문. 그래서 시즌 개막전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두산을 하위권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김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당시 이렇게 말했다. “남들이 뭐라 해도 꼴찌 할 수준은 아닙니다. 모두 한 마음으로 땀 흘리며 고생했기 때문에 잘 할 겁니다.”

그의 말이 들어맞았다. 두산은 약체라는 예상을 뒤엎고 14일 현재 2위에 올라 있다. 31승1무29패로 선두 현대와는 3경기 차.

이런 ‘두산 돌풍’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일단 김 감독 특유의 용병술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 늘 ‘나’보다는 ‘우리’를 강조하면서 두산은 탄탄한 팀워크를 갖췄고, 그러다보니 위기에서도 선수들은 한 덩어리가 됐다. 올 시즌 31승 가운데 절반 가까운 15승을 역전승으로 거둔 뚝심도 그 덕분이다. 무승부는 8개 팀 가장 적은 1경기.

또 3차례나 3연패 이상에 빠지며 흔들렸으나 곧바로 분위기를 되살리는 저력을 보였다. 권위 보다는 푸근한 맏형이고 싶다는 김 감독은 연패 중일 때 선수들과 격의 없는 맥주 파티를 열며 사기를 끌어올렸다.

구경백 경인방송 해설위원은 “김경문 감독의 부드러운 야구가 잘 먹혀들고 있다. 일일이 간섭하기 보다는 선수들에게 맡기는 스타일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두산은 타격 랭킹 ‘톱10’에 한 명도 끼지 못했지만 30위 안에는 10개 팀 가운데 가장 많은 6명이 들어 있다. 강타자 1,2명에 의존하기 보다는 타선이 고르고 안정된 것.

또한 김 감독은 평소 선수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는 편이어서 올 시즌 부상자가 쏟아지면서도 백업맨들의 ‘잇몸 활약’으로 버티고 있다.

21승을 합작한 선발 3총사 레스(8승2패), 박명환(7승1패), 키퍼(6승5패)도 믿음직스럽고 전상렬은 타율 0.302 47득점 27타점을 기록하며 정수근의 빈 자리를 확실하게 메우고 있다.

김경문 감독은 “승리에 대한 욕심보다는 연패에 빠지지 않는 게 중요하다. 일단 올스타브레이크까지 5할 승률 이상을 유지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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