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세계의 비경]<4>아프리카 빅토리아 폭포

  • 입력 2004년 6월 2일 1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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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의 표면을 일탈, 수직의 협곡으로 추락하는 잠베지강의 몰락현장인 빅토리아 폭포. 그 폭이 무려 1.7㎞나 된다. 아래 빅토리아 브리지는 바토카 협곡을 가로질러 짐바브웨(왼쪽)와 잠비아를 잇는다. 짐바브웨=조성하기자
대지의 표면을 일탈, 수직의 협곡으로 추락하는 잠베지강의 몰락현장인 빅토리아 폭포. 그 폭이 무려 1.7㎞나 된다. 아래 빅토리아 브리지는 바토카 협곡을 가로질러 짐바브웨(왼쪽)와 잠비아를 잇는다. 짐바브웨=조성하기자
무지개가 떴다. 정확히 반원이었다. 4분의 1 원 형태만 보아온 터라 홍교(虹橋·둥근 다리)가 연상되는 반원형의 무지개는 신기하기만 했다. 일곱 빛깔도 어찌나 선명한지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햇빛 쨍쨍한 맑은 날씨. 그런데도 폭포 주변엔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바닥에 부딪치는 낙수에서 피어오른 물방울이 물안개를 이루며 100m 위 협곡 상단인 이곳을 뒤덮은 탓이다. 도대체 수량이 얼마나 많기에, 부딪치는 충격이 얼마나 크기에 100m 이상 높이까지 물안개가 피어오를까. 1855년 데이비드 리빙스턴(1813∼1873·영국의 선교사 탐험가)의 발길을 이리로 끌어당긴 것도 바로 물안개다. 무지개는 물안개를 통과한 빛의 흔적이다.

여기는 아프리카 남부의 빅토리아폭포(국립공원). 북쪽 잠비아와 남쪽 짐바브웨 두 나라를 가르는 국경의 강 잠베지가 대지의 틈새(협곡·폭 50∼70m)로 추락하는 현장이다. 사람들은 ‘폭포’라 부르지만 낙차가 수십m에 불과하고 폭도 좁은 것만 보아온 내게는 보다 웅장하고 격렬한 다른 표현이 필요했다.

○1.7km 너비의 강이 통째로 사라지다

폭 1.7km의 강이 통째로 추락하는 이 폭포.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떨어지는 물은 멀리서 보면 꼭 커튼 같다. 낙차도 최고 108m나 된다. 수량이 엄청나고 깊이 또한 대단하니 굉음 역시 무시무시하다.

폭포란 낭떠러지 지형에 형성되는지라 윗부분을 보기 힘들다. 그러나 빅토리아폭포는 반대다. 평지에서 협곡으로 빨려 드는 형국이다 보니 평지에서 조망된다. 덕분에 물 반대편 협곡 위에서는 안개비를 맞으면서 굉음을 감상하고 지척에서 폭포의 속살까지 꼼꼼히 들여다보는 호강을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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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망대의 한 끝에서 동상 하나를 만난다. 탐험복 차림의 리빙스턴 박사다.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 아프리카에 찾아와 평생 사랑과 봉사를 펼친 이다. 이 동상은 그가 1855년 이 폭포를 발견한 사실을 기념하기 위한 것. 그러나 원주민에게는 다르다. 그들에겐 고난의 징표다. 그가 이곳을 그렇게 빨리 유럽에 알리지만 않았어도 선조들이 노예상인의 표적이 되는 비극을 면할 수 있었을 테니. 역사란 이렇듯 아이러니의 집합체다.

폭포에서 멀지 않은 협곡 위로 다리가 놓여 있다. ‘빅토리아 브리지’다. 잠비아와 짐바브웨를 잇는 이 멋진 다리에서는 멀리 폭포의 일단이 보인다. 그 유명한 ‘빅 폴 번지(Vic Fall Bunge)’는 바로 이 다리에서 펼쳐진다. 다리 한 중간에 점프 대가 있다. 거기서 매일 수십명의 배낭여행족들이 협곡을 향해 몸을 던져 8초간의 자유낙하(낙차 110m)를 즐긴다. 한 번 점프에 미화 90달러. 아드레날린이 펑펑 솟구치는 ‘죽음의 번지’지만 도전자는 끊이지 않는다. 이 다리에는 철로가 놓여 있다. ‘블루 트레인’ ‘로보스’ 등 호화 사파리열차가 관광객을 싣고 오가는 철로다. 다리 가설을 주도한 이는 영국의 제국주의자 세실 로즈(1853∼1902). 남아공의 다이아몬드와 금 등을 침탈하기 위한 것이었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 그 노을 그 울림

빅 폴(빅토리아 폭포의 애칭)은 공중에서 내려다 봐야 제격이다. 그래서 헬기에 올랐다. 잠베지 강 건너 폭포가 떨어지는 지점 상공에 이르는 데 걸린 시간은 단 5분. 협곡은 악마의 입처럼 잠베지 강을 들이키고 있었다. 땅에서 본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하얗게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물이 떨어지는 순간의 하얀 포말, 그리고 협곡을 향해 자유낙하는 강물. 한순간 동시에 펼쳐지는 이 자연의 거대한 풍경합주는 웅장하고도 실감난다.

오후의 잠베지 강. 아프리카의 석양과 노을은 그 붉은 정도가 짙은 편이다. 덩달아 빨갛게 물든 잠베지 강 수면 위로 선셋크루즈 여객선이 한가로이 오간다. 아프리카에서의 노을 감상은 이렇듯 여유롭다.

폭포에서 3km 떨어진 엘리펀트힐스호텔(인터콘티넨털호텔 체인)은 빅 폴의 명소다. 가끔 코끼리나 원숭이 무리가 지나다니니 조심하라는 경고문이 인상적인 골프장(18홀)이 호텔 아래 있다. 폭포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의 ‘더 킹돔’은 아프리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리조트호텔. 근처 마을의 사파리 브라이(Braai·바비큐)도 인상 깊다. 기린 악어 이랜드(아프리카 큰영양) 벌레 등 사파리에서 볼 수 있는 온갖 야생동물 고기로 바비큐를 한다. 이곳 원주민의 주술적인 토속 춤도 상업화되지 않아 좋다. 빅토리아폭포에서는 이처럼 모든 것이 생생하다.

짐바브웨=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달리는 특급호텔 ‘블루트레인’▼

‘레일 위를 달리는 호텔’ 블루트레인의 휴게실에 해당되는 라운지카의 실내. 서 있는 이들 중 왼쪽은 객실별로 배정된 버틀러(도우미), 오른쪽은 식당과 라운지카의 웨이터다. 조성하기자

기차는 이름그대로 파란 색이었다. 디젤기관차가 끄는 객차는 부채로 얼굴을 반쯤 가린 콧대 높은 귀부인처럼 차창의 실내 블라인드를 닫은 채 프리토리아 역 긴 플랫폼에서 휴식 중이었다.

차에 오르는 승객은 대부분 미국인과 유럽인. 동양인은 보이지 않았다. 승객 서비스는 대합실에서부터 차별화된다. 고풍스러운 역내 별실의 테이블에서 커피 주스 등 음료를 마신다. 25시간 탑승에 150만원 이상을 지불하는 호화기차 블루 트레인이니 당연하다 하겠다.

프리토리아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행정수도. 상업중심인 요하네스버그와는 50km 거리다. 10%의 백인이 90%의 흑인을 딛고 서서 토지소유 등 주요 권리를 독점했던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그 남아공은 사라진 지 10년이지만 넬슨 만델라의 ‘레인보 컨트리’(모든 사람이 무지개처럼 한데 어울려 아름답게 사는 나라) 도래 여부는 아직 단정 짓기 어렵다.

피부색 차별 않는 세상이 열렸으니 상전벽해의 변화가 일어난 것은 불문가지. 그러나 현실은 또 다른 모습이다. 샤워룸 딸린 침대칸에서 자며 수백달러짜리 와인과 코냑, 쿠바 시가가 무제한 공급되는 이 호화판 철도여행을 즐기는 백인 관광객과 낙서투성이인 낡고 허름한 객차를 격리된 역 대합실에 앉아 기다리는 남루한 옷차림의 흑인 주민이 한 역에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오전 11시. 기차가 출발했다. 25시간 동안 아프리카대륙의 남단 케이프타운을 향해 1600km를 달리는 긴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객실을 보자. 마호가니(목재)로 마감해 분위기가 격조 있다. 창가 소파 앞에 테이블이 있고 샤워 룸을 겸한 화장실이 딸려 있다. TV와 오디오도 있다.

객실로 웨이터 복장의 흑인 청년이 찾아와 자신을 ‘버틀러(butler·하인)’라고 소개한다. 객실 전용 웨이터다. 그는 객실 안의 무선전화기를 가리키며 전화를 걸면 언제든 오겠다고 했다.

점심식사 시간. 하얀 테이블보를 깐 식당은 좁지만 우아했다. 세 가지 코스의 요리가 제공되는데 일등급 요리사가 열차에서 직접 만든 것이다. 음식보다 와인 서비스가 더 훌륭했다. 무려 36개국 와인이 실렸고 100달러가 넘는 것도 많았다. 아무리 마셔도 추가비용은 없다. 이미 지불한 요금에 포함된다.

식사 후 라운지칸에 들렀다. 소파와 테이블이 놓인 거실 분위기다. 다른 관광객들도 여기 나와 담소를 즐기고 있었다. 한결 같이 평생을 벼르다 일생에 한 번, 기회를 마련해 블루 트레인에 오른 사람들이다. 잡지도 읽으며 애프터 눈 티도 즐기며 여행 순간순간을 즐기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인생의 황혼기에 이런 여행을 즐기는 이들이 무척이나 여유 있고 행복해 보였다.

블루트레인 여행의 진수가 펼쳐지는 순간이 왔다. 달리는 기차 안에서 즐기는 초특급 요리와 식후 라운지 칸의 시가바(시가를 피우며 담소를 나누는 바)에서의 ‘한 잔’이다. 한번도 맛보지 못했던 족보 있는 와인을 줄줄이 시켜 맛보면서 즐기는 멋진 저녁식사. 그리고 시가 바에서 쿠바 산 시가의 짙은 향기를 즐기면서 최고의 브랜디와 함께 이야기꽃을 피우는 한밤의 기차여행.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않은가.

그러나 진짜 행복은 객실 침대에 있었다. 식사 도중 소파를 변환시켜 정리해 둔 침대의 잠자리에 눕자 차창을 통해 보름달 달빛에 비쳐 휘영청 훤한 아프리카 대지의 풍경이 영화처럼 펼쳐지는 것 아닌가. 블루 트레인의 매력은 이렇듯 순간순간 느껴졌다.

프리토리아=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여행정보

▽짐바브웨 △개요:남위 17도의 하이벨트 고원(해발 1483m). 연평균기온 18도. 말라리아 우려지역. △빅토리아 폭포:빅토리아폭포공항∼요하네스버그공항(남아공) 1시간 20분 소요. △입국비자:공항에서 발급(30달러) △언어:영어.

▽블루트레인 △개요:오리엔털 익스프레스, 로보스와 같은 호화기차. 1890년 운행 시작. △열차구성:객차 11량(승객 82명)등 총 18량(총연장 380m). 시속 110km로 주행. △노선: 네 개. ‘프리토리아∼케이프타운’(1박·25시간)이 대중적. ①케이프타운∼포트엘리자베스(40시간·2박):케이프 와인랜드, 와인루트 통과. ②프리토리아∼빅토리아폭포(48시간·2박1일):보츠와나를 지나쳐 짐바브웨까지 운행. △객실료(케이프타운∼프리토리아·편도·2인·스위트룸·식사 등 포함):①딜럭스 326만원 ②럭셔리 363만원(성수기 기준·1∼4월 10∼12월) △홈페이지(예약):www.bluetrain.co.za

▽아프리카 여행 △남아공항공:홍콩↔요하네스버그 주8회 운항(13시간20분소요). 요하네스버그∼케이프타운 수시 운항(2시간 10분 소요). 02-775-4697. www.flysaa.com(영문)

●패키지 여행상품

이코투어리즘이 여행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지금 국내에서도 아프리카 여행객이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 아프리카 전문인 인터아프리카(대표 진태기)에 따르면 96년 500여명에 불과하던 여행객이 지난해는 무려 6000명으로 추산됐다고. 가장 대중적인 아프리카 여행 패키지는 남아공, 짐바브웨, 보츠와나를 들르는 7박8일 상품.

▽아프리카 3개국(7박8일):남아공의 케이프타운, 짐바브웨의 빅토리아폭포, 보츠와나의 초베국립공원(사파리투어). 349만원(비자 발급료는 별도).

▽블루트레인:아프리카 3개국 투어에 포함해 즐길 수 있다.

▽문의:인터아프리카 홈페이지(02-775-7756·www.interafrica.co.kr)에 상세한 정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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