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줄줄 샌 공적자금, 불쌍한 납세자

  • 입력 2004년 5월 27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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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자금 관리소홀로 8231억원이 낭비된 사실이 밝혀졌다. 감사원 감사를 통해 드러난 도덕적 해이, 횡령, 업무미숙 등의 실태는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공적자금 이자는 제쳐두고 원금만도 49조원을 피땀 어린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설거지 하는’ 국민만 불쌍하고 억울하다.

자산관리공사는 제대로 확인했으면 89억원을 돌려받을 수 있는 담보채권을 무담보채권인줄 알고 단돈 100원에 팔기까지 했다. 이 기관과 예금보험공사가 공적자금을 지원하면서 사후정산 약정을 맺지 않거나 잘못 맺는 바람에 회수할 수 없게 된 규모도 1008억원에 이른다. 이들 기관의 내부통제시스템과 정부의 감독이 얼마나 허술했으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겼단 말인가.

공적자금을 주인 없는 ‘눈먼 돈’처럼 다루기는 자금을 관리하는 기관이나 지원받은 금융회사나 마찬가지였다. 자산관리공사는 부실채권정리기금 수입 3558억원을 부당하게 자신들의 수입으로 잡았다. 금융회사들은 손실이 나는 와중에도 임원 보수를 2년간 80%나 올리는 등 경영 정상화는 뒷전이고 임직원 복지에만 열심이었다.

그런데도 당사자들이 이미 퇴직을 했거나 징계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다. 부실채권 매각 등에 관여한 일부 외국회사에 대해서는 부당한 횡포를 발견하고도 수사권이 없어 조사조차 못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제는 검찰이 나서야 한다.

감사원은 제도적으로 비슷한 일이 반복될 소지를 차단하기 위해 관련규정을 손질해야 한다. 아울러 비효율적인 공공부문 전반에 대한 감사를 더욱 강화함으로써 혈세 낭비를 막아야 한다. 공적자금 관리가 이 모양이라면 공기업이나 연기금 등도 문제가 있을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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