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포항 돌풍 뒤엔 산토스가 있었다

  • 입력 2004년 5월 24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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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포항 스틸러스의 선두 질주가 거침이 없다.

포항은 시즌 전 전문가들이 “중위권 정도 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팀. 하지만 24일 현재 6승1패(승점18)로 당당히 선두를 달리고 있다. 2위 FC서울(3승4무 승점 13)과는 승점 5차이. 선두 비밀은 뭘까. 우선 브라질 출신 까를로스와 따바레즈를 중심으로 폭발적이면서 유연한 공격력이 한 원인. 하지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포항의 탄탄한 수비 라인을 돌풍의 원인으로 꼽는다. 그 가운데서도 포항 수비진을 이끌고 있는 브라질 출신 용병 산토스(33·사진)를 ‘일등 공신’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용병 가운데 드물게 수비수인 산토스는 포항이 잡은 ‘최대어’. 프로축구연맹의 한 관계자가 “지난해 중반 산토스를 영입하면서 포항은 수비가 강한 팀으로 새롭게 태어났다”고 말할 정도.

실제로 산토스가 지난해 6월 포항에 합류한 뒤 팀은 32경기에서 26실점을 기록해 같은 기간 수원(35실점) 울산(30실점)을 크게 앞섰다. 산토스가 입단하기 전인 지난 시즌 포항은 12경기에서 20실점을 기록해 수비력이 약한 쪽으로 분류됐었다.

포항의 박항서 코치는 “수비 라인 중심에서 경기를 리드할 수 있는 경험 많은 선수가 절실했는데 브라질 1부 리그 명문팀 FC 바스코두 감마에서 뛰고 있던 산토스가 이러한 요구에 딱 맞아 떨어졌다”고 말했다.

키 184cm 몸무게 78kg의 당당한 체격인 산토스는 제공력과 위치 선정, 대인 방어, 공수 전환 능력 등 수비수로서 어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다는 평을 받는다. 15일 대구와의 경기에서는 세트 플레이 상황에서 공격에 가담, 오른발 슈팅으로 결승골까지 뽑아냈다. 더구나 산토스는 상대 팀 브라질 공격수들의 습성과 길목까지 훤히 꿰뚫고 있다.

산토스는 서른셋의 적지 않은 나이. 하지만 나이 어린 선수들과 똑같은 훈련량을 소화할 정도로 자기 관리가 철저해 코칭스태프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

박 코치는 “산토스는 경기장에서는 뛰어난 ‘파이터’이지만 경기장 밖에서는 마음 넓고, 성실한 범생이”라며 “팀 내 다른 외국인 선수들에게 ‘산토스를 본 받아라’라고 말해주곤 한다”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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