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 수사 이제는 달라져야

  • 입력 2004년 5월 19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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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에서 물리적인 고문은 사라지고 있으나 반말 욕설, 모욕적인 언사 등 언어폭력은 여전하다는 소식이다. 혐의사실과 직접 관련이 없는 약점을 찾아내 본인이나 가족 친지를 압박하거나 수치심을 주는 행위가 화이트칼라 피의자들의 자백을 받아내기 위한 수사기법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비록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수사 방식은 정도를 벗어난 것으로 정신적 고문이라고 할 만하다.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 안상영 부산시장, 박태영 전남지사가 검찰 조사를 받고 나서 자살하는 일이 잇따르자 검찰의 수사관행에 대한 불신이 깊어졌다. 안 시장은 서울지검 구치감에서 수갑을 차고 포승줄에 묶인 상태에서 장시간 대기하다가 조사도 받지 않고 다시 부산구치소로 돌아간 것으로 밝혀졌다. 민주당 함승희 의원은 정 회장이 검찰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송광수 검찰총장은 박 지사의 자살 직후 “수사관행을 정비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일부 검사들은 피의자 진술에 의존하는 뇌물수사의 특성상 몰아치지 않으면 수사하기 어렵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자백에 의존하는 수사는 인권유린의 유혹에 빠져들기 쉽다. 그러나 수사를 위해 피의자의 인격권을 유린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뇌물사건 수사도 계좌추적 등을 통한 증거수사를 해야 한다.

피의자의 인권보호를 수사관들의 선의에 맡겨 두다가는 이런 사고가 속출할 수밖에 없다. 수사기관의 인권유린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피의자 신문 때 변호인이 반드시 입회하도록 형사소송법을 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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