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 여당만 경제위기 실감 못하나

  • 입력 2004년 5월 10일 18시 29분


중국의 긴축선언과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충격이 우리 경제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미국의 금리인상 전망이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누적된 악재에 버틸 힘을 잃은 종합주가지수는 어제 또 48포인트 폭락했다. 지난달 23일에 비해서는 무려 145포인트나 추락한 것이다. 한국경제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최근 국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 얼마나 빠르고 폭넓게 확산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앞으로 실물경제의 기초체력을 좌우할 투자의 위축현상도 심각하다. 지난해 실질 설비투자액은 1년 전보다 1조1205억원이 줄어 8년 전인 1995년 수준에 머물렀다. 올해 1·4분기 설비투자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3%나 줄었다. 이런 상황이니 대다수 경제전문가와 국민이 다급하게 ‘위기’를 외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유독 정부와 여당만은 위기를 제대로 실감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7일 경제장관간담회에서는 경제현장의 체감과는 동떨어진 낙관론이 대세를 이뤘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열린우리당은 대기업을 옥죄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으로 투자의욕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청와대는 공적자금 투입 기업의 매각에 끼어들어 노조측을 편드는 듯한 행보를 함으로써 노동계의 욕구 분출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런 행태로는 위기에 처한 경제를 살리고 생활고에 허덕이는 민생을 구해낼 수 없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해 경제 현실과 동떨어진 분배와 개혁 이데올로기에 집착해 우왕좌왕한 결과가 ‘잃어버린 1년’이었음을 벌써 잊었는가. 이에 대한 자성 위에서 가까스로 도출해낸 정책 합의점이 ‘투자 활성화와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개혁논쟁은 우리 경제가 난파위기를 넘긴 뒤에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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