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랩소디…’ 그림과 시로 전하는 ‘사계절의 울림’

  • 입력 2004년 4월 30일 17시 24분


백순실 화백이 명곡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제작한 판화작품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모차르트의 피아노협주곡 21번을 들으며’, ‘리스트의 전주곡을 들으며’, ‘그리그의 솔베이그의 노래를 들으며’,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를 들으며’. 사진제공 한길아트

백순실 화백이 명곡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제작한 판화작품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모차르트의 피아노협주곡 21번을 들으며’, ‘리스트의 전주곡을 들으며’, ‘그리그의 솔베이그의 노래를 들으며’,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를 들으며’. 사진제공 한길아트

◇랩소디 인 블루/이인해 글 백순실 그림/228쪽 1만7000원 한길아트

음악이 말한다. 그림과 시가 말한다. “우리는 얼마나 다른가, 또한 우리는 얼마나 같은가.”

소리와 색채, 글이 한 권의 책에서 만났다. 시인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 각각 그에 어울리는 여섯 가지의 명곡을 선정하고 작품의 배경을 설명한 뒤 그에 어울리는 잠언풍의 시 하나씩을 곁들였다. 화가는 선정된 곡의 선율과 화음을 색채와 형태로 변용해 장마다 한 장씩의 판화로 담아냈다.

봄, 모차르트의 피아노협주곡 21번 느린 악장. 시인은 ‘오선지 위에서/ 천상의 작은 새 몇 마리가 놀고 있다/ (…)/ 별들이 쏟아질 것 같은 너무 투명한 하늘’이라고 적는다. 영롱한 구슬이 구르는 듯한 유려한 소리가 너무도 아름다워서, 오히려 슬프게 느껴진다고 말한다. 화가는 청색과 흰색, 회색이 흐르는 화면에 별빛과도 같은 오선을 흘려보낸다.

여름, 리스트의 교향시 ‘전주곡’. 질풍과도 같이 몰아치는 이 곡을 위해 화가는 우뚝우뚝한 연봉과 암벽을 화폭에 세워놓는다. 주황 햇살의 반짝임이 하늘에서 쏟아진다. 시인은 ‘사랑과 죽음, 뜨고 지는 것이 어찌 태양뿐이랴/ 그대 영혼의 깊은 상처 속에 폭풍이 몰아칠 때 다시 산을 오른다’라고 적는다.

가을, 그리그의 ‘솔베이그의 노래’. 판화 화면 한가운데서 우리를 지그시 바라보는 것도 같고 약간은 비켜있는 것도 같은 보랏빛, 여인의 땋은 머리채 같기도 하고 꽃송이 같기도 한 형태는 무엇을 표현한 것일까. 시인은 ‘가슴이 애틋이 젖어드는 먼 옛날의 기다림./ 멀리 세월을 돌아와 지금도 하염없는 솔베이그’라고 읊는다.

겨울, 시벨리우스의 교향시 ‘핀란디아’. ‘숲은 나뭇가지 끝마다/ 하얀 입김을 내뿜는다/ 자유는 와아와아 들판을 내달리는 아이들의 함성으로,/ 그리고 숲의 끝에서는 아이들이 막 태어난다’라는 시구로 자유를 향한 화음의 분출을 노래한다. 화가는 백색 대지를 딛고 일어서는, 불길과 같은 침엽수림의 봉기를 화폭 가득히 담았다.

20년째 음악전문 월간지 편집장으로 활동 중인 시인은 “인류 불멸의 유산을 남긴 작곡가들과 그들의 대표작을 골라 ‘송가’를 쓰고 싶었다”며 “모든 예술은 음악의 상태를 동경한다는 쇼펜하우어의 명언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그윽한 차의 향기를 그림으로 표현한 ‘동다송(東茶頌)’시리즈로 유명한 화가는 “평소 선과 리듬을 즐겨 소재로 사용해왔기에 음악을 시각화하는 작업에 어려움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책에는 24곡의 명곡을 담은 CD와 추천 명반 목록도 부록으로 실렸다.

두 사람은 앞으로 76곡을 더해 100곡의 음악을 유화 등의 미술작품과 글로 형상화할 계획이다. 책에 수록된 판화들은 1일∼6월 30일 파주 헤이리 ‘한길 아트스페이스 3’에서 열리는 석판화 전시회 ‘랩소디 인 블루’에서 직접 볼 수 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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