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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4월 21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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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연가’가 한국 드라마로는 처음으로 이달부터 일본 NHK 지상파 방송을 통해 방영되면서 주인공인 배용준 최지우도 일본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배용준의 인기는 30대 여성들 사이에서 가히 폭발적이다.
중국과 동남아지역에 불어 닥쳤던 한류(韓流) 열풍이 요즘은 일본을 강타하고 있는 모양이다. 배용준과 보아의 인기는 상승작용을 일으켜 최근 일본사회에 ‘한국어 배우기’ 신드롬까지 낳고 있다.
이렇듯 우리의 ‘작은 영웅’들은 문화상품의 수출뿐 아니라 국가 이미지 제고에도 한몫하고 있다.
‘성장이냐 분배냐.’ 정치권에서 논쟁이 있지만 장래 국부(國富)를 어디서 창출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면, 고부가가치산업인 문화산업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그동안 문화산업 관련 논의에선 인적(人的) 요소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 문화산업의 핵심은 콘텐츠이고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엔터테이너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사례로, 보아가 2년간 일본 등에서 벌어들인 음반판매 수익은 10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수익성으로 따진다면 매출액 1조원 이상의 제조업과 같다는 분석도 있다. 춤과 노래를 잘하고 연기에 뛰어난 사람들이야말로 문화산업의 최고 콘텐츠란 얘기다. 근래 국내에서 ‘오페라의 유령’ ‘명성황후’ ‘난타’ ‘맘마미아’ 등 뮤지컬들이 잇달아 흥행에 성공한 데 힘입어 뮤지컬 제작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현장에선 쓸 만한 배우들이 모자란다고 아우성이다.
국내 몇몇 연예기획사나 극단에서 배우 가수 등을 육성하고 있으나 적잖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우선 몇 년 동안 교육받은 이들이 스타로 뜨기도 어렵지만 뜰 경우에도 연예인-연예기획사간의 지나친 불평등 계약으로 분쟁이 자주 발생한다. 최근 서울고법은 “신인 가수에게 막대한 투자비용이 든다고 하더라도 높은 수익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투자 위험은 투자자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한마디로 우리의 대중문화산업은 아직도 전근대적 연예인 육성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자율성과 창의성이 배제된 채 상업적으로 기획된 스타는 시장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될 우려가 크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제 정부가 공식적으로 연예영재 교육에 나서야 할 때다. 우선 공신력 있는 교육기관을 신설해 여기서 연예영재들을 키우고 공정한 경쟁을 거쳐 스타로 배출해야 한다. 아울러 기존 연예시장이 공정한 룰에 따라 작동될 수 있도록 각종 통계의 정확한 집계와 활용도 지원해야 한다.
“국가나 대기업이 10년 후를 대비해 장기 투자하는 셈 치고 연예영재들을 키워야 한다”고 제안하는 윤호진 단국대 교수의 말은 음미해 볼 만하다.
윤정국 문화부장 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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