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롯데 양상문 감독께

  • 입력 2004년 4월 19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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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양상문 감독께.

공적인 자리지만 먼저 형이라 부르겠습니다. 이는 친근감의 표시이기도 하지만 제 형님의 친구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니까요. 또 비전문가인 제가 지금부터 형에게 가할 비판에 대한 ‘애교’의 뜻이기도 합니다. 원래 롯데가 잘 나갈 땐 사공이 많지 않았습니까.

제가 형을 처음 본 것은 25년도 지난 70년대 후반입니다. 고교 시절 형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최동원씨도, 선동렬씨도 0점대 평균자책에 전승 행진을 벌인 형만큼은 못했지요. 결코 박사는 아니지만 프로 첫 석사로서 ‘양 박사’로 불리는 것도 형의 장점중 하나입니다.

자, 칭찬 릴레이는 이쯤 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죠.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형한테 많이 실망했습니다. 그만큼 기대가 컸던 때문입니다. 타자들에겐 고정 타순을 주고 5인 선발 로테이션을 철저하게 지키는 데는 감탄했습니다. 이런 사령탑은 흔치 않죠. 그러나 불펜 운용에 대해선 할 말이 많습니다. 형이 말한 ‘이기는 야구’가 불펜을 장터로 만드는 것이라면 결과적으로 비싼 수업료를 치렀다는 느낌입니다.

시즌 초 마무리 손민한이 부상 중이었던 롯데는 믿고 맡길 만한 불펜, 즉 ‘믿을 맨’이 없는 실정이었죠. 이에 형은 6회만 넘어가면 선발을 제외한 전 투수를 총동원했습니다. 격식을 차린 말로 집단 마무리였지, 마구잡이 투입이라는 표현도 나올 성 싶습니다.

형이 태평양과 LG 시절 야구를 배운 김성근 전 감독이라면 어땠을까요. 그라면 그나마 괜찮은 한 명을 골라 맨 마지막에 쓸 ‘비장의 카드’로 남겨놓지 않았을까요. 아니면 손민한이 가동되기 전까지는 선발 중 한명을 뒤로 돌리지 않았을까요.

데이터 야구도 좋지만 13일 현대전에서 9회 2사 만루의 역전 상황에 왼손이라고 고졸 신인 장원준을 낸 것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나중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임경완을 맨 뒤로 돌리겠다고 했지만 이마저 지키지 못했습니다. 또 손민한이 이달 하순이나 돼야 원 포인트 마무리가 가능할 거라 해놓고선 17일 SK전에 조기 등판시켰습니다.

물론 야구에 정답은 없습니다. 더욱이 저 같은 문외한이 몇 십 년 야구를 한 형에게 어떻게 이래라 저래라 하겠습니까. 다만 혹시라도 형이 최근 계속된 1점차 역전패에 초조해진 나머지 처음 지휘봉을 잡았을 때의 초심을 잊지는 않았을까, 한때 롯데를 사랑했던 팬의 입장에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건투를 빕니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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