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의영/代議민주주의 신뢰 회복해야

  • 입력 2004년 4월 16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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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총선이 끝났다. 열린우리당의 승리, 한나라당의 상대적 위축, 민주노동당의 국회 진입, 민주당과 자민련의 추락 등 우리나라 정치 지형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이제 새로이 태어난 17대 국회는 총선에서 나타난 유권자들의 변화 요구를 수렴해 국정에 제대로 담아내야 하는 근본적인 과제를 안고 있다.

돌이켜보건대 16대 국회는 대의정치의 실패로 점철됐다. 한마디로, 선출된 대표들은 민의에 제대로 반응하지 않고 국민에 대해 책임지지 않았으며, 진정으로 공익을 위해 고민하고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자세보다는 당리당략에 따라 적대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회의 권위가 실추됐고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신뢰가 상실됐던 것이다.

한편 대의민주주의의 위기상황은 시민의 뜻과 참여 의사를 보다 직접적으로 표출하고자 하는 참여민주주의에 대한 요구를 증폭시켰다. 대의민주주의와 참여민주주의가 서로 충돌하는 양상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 바로 촛불집회였다. 촛불집회는 국민 대다수의 의사에 반하는 국회의 탄핵소추 결정에 대한 시민사회의 일종의 참여민주주의적 대응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16대 국회에 대한 심판이 끝나고 17대 국회가 출범하는 이 시점에서 대의민주주의와 참여민주주의의 관계는 새롭게 설정돼야 한다. 이제 민의를 왜곡하는 특권적 의회정치와 대의제를 부인하는 거리의 정치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습은 탈피해야 한다. 17대 국회는 민의를 반영해 여야간에 대화와 타협을 통한 상생의 정치가 이뤄지는 한편 국회와 시민사회 사이의 갈등과 대치의 관계를 넘어 적절한 견제와 협력의 상호 상승적인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 일환으로 우선 대통령 탄핵 문제를 현명하게 처리해야 한다. 여야가 총선 과정에서 한목소리로 주장한 화해와 상생의 정치는 ‘탄핵 해법’을 모색하는 데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새로 국회가 만들어진 이상 탄핵 결정에 영향을 주고자 하는 거리의 정치는 이제 자제돼야 한다.

보다 중장기적 차원에서 17대 국회의 권위를 세우고 신뢰를 되찾기 위한 제도적 실천적 방안을 모색할 수도 있다. 가령 시민사회의 의정감시와 입법참여는 국회 의정활동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입법 과정에 공익성과 전문성 및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할 수 있는 참여민주주의의 기제들이다. 시민사회의 의정감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국회 운영의 공개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이 배가돼야 한다. 시민사회의 입법참여를 위한 입법청원, 공청회, 입법예고 등의 제도를 활성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또한 대의민주주의와 참여민주주의의 상승적 관계는 이번 총선 전 정치개혁법안 심의 과정에서 도입된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와 같은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다. 단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위원회의 대표성과 권한 및 구속력을 강화하고 위원회를 상설화하거나 위원임기를 늘리는 등 보다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주요 정당들은 국민소환제의 도입 혹은 검토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간접민주주의를 보완하기 위해 직접민주주의의 요소를 도입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국민소환제가 정치적 목적에 악용·남용되는 부작용을 막아야 한다. 가령 소환요구가 성립되기 위한 서명인의 수를 늘리고 소환투표 전 냉각기를 두며 공청회 등을 통해 소환에 대한 충분한 정보 제공과 심의가 이뤄지도록 하는 등 제도적 안전장치에 대한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

시민단체는 이 모든 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다. 이제 시민단체의 입장에서도 개혁성과 도덕적 우월성의 차원을 넘어 중립성, 전문성 및 책임성을 제고하기 위한 배전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김의영 경희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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