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88년 맥도널드 한국 진출

  • 입력 2004년 3월 28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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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3월 서울 압구정동에 맥도널드 1호점이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해 19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은 2000년에 2300억원으로 늘어났다. 십수년 만에 그 까다롭다는 한국인의 입맛을 점령한 것이다.

공산권에도 맨 먼저 진출했다. 1990년 모스크바에서 매장이 오픈하자 2km가 넘는 행렬이 이어졌다. 지구촌 어디에선가 다섯 시간마다 맥도널드 가게가 새로 문을 열고 있으며, 전 세계 인구의 1%가 매일같이 이 음식을 찾는다.

한밤 고속도로를 달리는 나그네들은 저 멀리 어둠을 뚫고 솟아오르는 맥도널드의 커다란 ‘M’자 황금아치에서 십자가보다 강렬한 인상을 받는다고 한다.

‘맥크레이지(McCrazy)!’

대체 이 ‘기름덩어리’의 성공비결은 뭘까. 세계 어느 곳에서나 맛이 똑같다는 것이다.

메뉴의 단순화다. 공정의 표준화다. 각 체인점에서 음식은 ‘조리’되지 않는다. 이미 가공된 부품에 의해 ‘조립’된다. 자동차 왕 헨리 포드의 일괄생산방식(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이 음식을 만드는 데 도입됐다.

그래서 맥도널드의 빅맥 햄버거를 기준으로 세계 각국의 물가와 통화가치를 비교하는 ‘빅맥 지수’도 나왔다.

맥도널드는 지구인의 입맛을 ‘새롭게’ 길들이고 있다.

그러나 영양학적으로 볼 때 햄버거는 심장병을 유발하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유난히 높다는 것 외에는 취할 바가 없는 음식이다. ‘정크(쓰레기) 푸드’의 대명사다.

그것은 현대인의 역병(疫病)이라는 비만과 직결된다. 1970년대에 비해 두 배나 증가한 미국인의 비만율은 햄버거와 같은 패스트푸드가 원흉이다. 1992년 맥도널드가 베이징에 상륙한 이래 중국의 10대 비만율은 세 배나 늘었다.

어찌해야 하는가. 의미 있는 변화를 향한 첫 걸음은 너무도 쉬운지 모른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에릭 슐로서는 저서 ‘패스트푸드의 제국’에서 제안한다. 찾지 않으면 된다! 먹지 않으면 된다!

그리고 음유시인 딜런 토머스의 시구를 들려준다.

“그 달콤한 밤 속으로 들어가지 마라. 빛의 소멸(消滅)에 분노, 또 분노하라….”

이기우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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