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혼혈 농구선수 김민수를 아세요?…아르헨서 귀화

  • 입력 2004년 3월 28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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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진짜 한국 사람이에요.”

아직 어눌한 한국말이지만 목소리만큼은 부푼 희망에 차있다.

경희대 농구부 김민수(22·사진). 27일 경희대 수원캠퍼스 체육관에서 만난 그는 한국인 어머니와 아르헨티나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 아르헨티나 국적에 훌리얀이란 이름으로 올라있는 그는 26일 귀화 허가서를 받았다. 갖고 있던 아르헨티나 여권에 출입국관리사무소로부터 ‘한국 국민을 인정한다’는 내용의 직인을 받았고 며칠 후 주민등록증도 받는다.

“정말 기쁩니다. 대표선수가 되겠습니다.” 벌써부터 김민수는 자신의 목표인 태극마크를 달겠다는 의욕이 대단하다.

김민수는 2002년 여름 처음 한국을 찾았다. 16세 때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뒤 홀어머니가 옷가게 점원으로 일하며 월 300달러의 급여로 생계를 꾸려야 했던 어려운 집안 형편. 한국 프로농구에서 뛰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홀로 태평양을 건너와 혹독하기로 소문난 경희대의 강훈련을 견뎌냈다. “힘들었지만 하루 빨리 돈을 벌어 어머니를 모셔오고 싶은 생각에 참았습니다.”

2m1의 신장에 리바운드와 블록슛이 탁월하고 3점슛의 정확도도 높다. 고교팀과의 친선경기에선 평균 25점에 10리바운드 이상을 기록. 83kg에 불과했던 체중도 10kg 이상 늘어 힘이 붙었다. 최근 경희대와 연습게임을 한 전자랜드 유재학 감독은 “김민수는 팔이 길고 탄력이 뛰어나다. 몸싸움 능력을 보완하면 대성할 것 같다”고 칭찬한다.

코트에서 땀을 흘리며 틈틈이 공부도 해 이달 초 04학번으로 경희대 체육학부 스포츠지도학과에 입학했다.

한국 국적 취득과 동시에 대한농구협회에 선수등록까지 마친 김민수는 29일 개막되는 MBC배 대회에서 데뷔할 꿈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대회 참가신청기한(9일)을 넘겼다는 이유로 아직 출전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 경희대는 대학농구연맹에 추가신청서를 제출하고 불가피했던 절차상의 어려움을 들어 선처를 바라고 있다. 최종결정은 29일 감독자 회의에서 내려진다. “꼭 뛰고 싶습니다. 1년 넘게 기다려 온 대회인데요….”

수원=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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