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훈/열린우리당 무엇이 진심인가

  • 입력 2004년 3월 15일 19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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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서울 광화문 일대에는 10만명 이상이 촛불을 들고 모였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무효화하자는 함성이 도심을 뒤덮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지지도가 치솟고 있는 열린우리당은 공당(公黨)답게 대규모 군중집회와 의도적인 ‘거리 두기’에 나서고 있다.

정동영(鄭東泳) 의장은 15일 전국의 당원들에게 촛불시위에 집단적으로 참가하지 말 것과 촛불시위에 참가할 때는 노란 잠바를 입지 말라고 지시했다.

또 14일 경제5단체장과의 간담회에서는 시위 확산을 우려하는 경제인들에게 “장외 투쟁은 절대 하지 않는다”며 안심시키기도 했다.

어떤 이유에서든 열린우리당이 보여 주고 있는 이런 모습은 바람직한 태도로 보인다. 특히 대통령에 대한 탄핵 문제가 헌법재판소로 넘어간 이상 탄핵 자체를 무효로 하자며 벌이는 대규모 시위를 두둔하는 게 국정 안정을 바라는 국민 정서와는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라면 칭찬할 만한 일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러나 이런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자세와는 대조적으로 열린우리당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선동적 구호로 가득 차 있다. 초기화면을 열자마자 탄핵정국 비상게시판이 뜨고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할 당시의 동영상이 열린다. 게시판과 동영상을 건너뛰어도 “근조(謹弔) 탄핵 반대! 민주수호! 촛불집회 오늘 저녁 7시 교보빌딩 앞. 3·12쿠데타 분쇄를 위한 범국민행동에 함께 합시다”라는 배너가 가장 윗자리에서 반짝이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열린우리당이 탄핵안 통과 이후 꾸린 ‘헌정수호와 국정안정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의 구성을 보면 핵심인 대외협력위원회 산하에 문화-예술-지식인, 시민단체, 종교단체 등 3개 분과가 있다. 누가 봐도 외부와의 협조와 홍보에 주력하고자 하는 조직 구성이라는 오해를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국정안정을 염두에 둔 듯한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공언이 호소력을 갖기 위해서라도 ‘두 개의 얼굴’을 갖고 이중적 대응을 한다는 오해의 소지를 스스로 없애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훈 정치부 기자 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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