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현장에서]배극인/중산층이 무너지면 시장은 없다

입력 2003-12-17 16:36수정 2009-10-1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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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경제계 최대의 화두는 뭘까.

가계대출 부실, 카드 대란, 신용불량자 360만명 시대, 기업 비자금 수사 등이 후보로 떠오른다. 하지만 샐러리맨의 피부에 가장 와 닿는 것은 ‘해고 공포’라는 생각이다.

45세 정년을 뜻하는 ‘사오정’, 56세까지 일하면 도둑이라는 의미의 ‘오륙도’, 더 나아가 62세까지 일하면 오적(五賊)이란 ‘육이오’ 시리즈가 올해 유행했다. 최근에는 ‘삼팔선’과 ‘이태백’이 새로 등장했다. 38세가 이미 명예퇴직 대상이고 20대 태반이 백수라는 뜻이다.

샐러리맨들의 줄줄이 해고는 중산층 붕괴를 의미한다. 이에 따른 계층 양극화 현상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한 프라이빗 뱅커는 “20 대 80 사회도 무너졌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는 이미 승자(勝者)와 패자(敗者)의 구분이 확실한 10 대 90 사회로 접어들었다는 주장이다. 10%의 사람이 우리 사회 90%의 부(富)를 쥐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다보니 금융계의 각종 서비스도 상위 10%에 맞춰가고 있다. 은행 창구에만 가 봐도 돈에 따른 서비스 차별은 확연하다. 한 시중 은행은 10억원 이상의 뭉칫돈만 상대로 하는 고급 서비스 센터를 개설하기도 했다. 변호사, 회계사, 프라이빗 뱅커 출신이 한 팀이 돼 부자들의 재테크와 절세(節稅)를 관리해 주는 ‘자산관리 부티크’도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금융계의 이런 흐름은 돈의 논리상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하위 90%가 무너지면 상위 10%도 존재하기 어렵다. 특히 중산층 붕괴는 나라 경제의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시장의 실패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건전한 중산층을 육성하기 위해선 기업이 잘 돌아가야 한다. 금융정책도 서민들의 내 집 마련 저축에 더욱 과감한 세제 혜택을 준다거나 서민 창업자금에 대한 신용보증 기금을 늘리는 등 실질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금융회사들도 새해에는 중산층과 서민 고객을 위한 금융상품을 더 많이 개발해 줄 것을 기대해 본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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