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흐르는 별은 살아있다'…만주서 日까지의 탈출

  • 입력 2003년 11월 14일 17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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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별은 살아있다/후지와라 데이 지음 위귀정 옮김/272쪽 9000원 청미래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망한 뒤 중국 만주와 한국을 거쳐 고국으로 돌아간 한 일본 여성의 탈출기. 이야기는 1945년 8월 9일 중국 신징(新京·지금의 중국 창춘)에서 시작한다.

기상대 직원이었던 남편과 생이별한 저자는 여섯 살, 세 살, 태어난 지 한 달도 채 안되는 갓난아이와 함께 귀환 기차에 오른다. 18∼40세의 일본 남성들은 평양과 북만주 옌지(延吉)의 수용소로 보내졌고 병든 단장을 포함한 일본인 부녀자 서른아홉명은 가장 없이 귀향에 나선 것. 38선을 지나 부산항에서 일본행 배를 타기까지 눈보라가 몰아치는 가운데, 한 아이가 굶어 죽었고 여러 아이들이 폐렴과 디프테리아 등 질병에 시달렸다. 일행은 지나가는 마을에 비누를 들고 가서 팔거나 양말을 짜는 일거리로 먹을 것을 구했다.

저자와 아이들이 귀국한 지 3개월 후에 남편이 옌지에서 송환돼 돌아왔지만 이들 부부 사이에 ‘송환’이라는 말은 금기가 됐다. 사흘간 굶고서도 “엄마, 나는 배부르니까 이 감자 아가 줘”라고 말했던 당시 여섯 살의 큰아들은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자동차 회사에 취직했다. 물을 무서워하는 이유를 모르는 둘째 아이를 볼 때마다 저자는 가슴까지 차는 물을 헤치고 나아가며 “울면 버리고 갈 테다!”라고 무섭게 아이를 꾸짖었던 지난날을 떠올린다. 1976년 일본에서 첫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됐고, 지금도 스테디셀러로 읽히고 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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