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466…잃어버린 계절(22)

  • 입력 2003년 11월 12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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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아라 아노코와

즈부누레타 야나기노네카타데

나이테이루

핏치핏치 찻푸찻푸

란란란

카아상 보쿠노오

카시마쇼카

기미기미 코노카사 사시타마에

핏치핏치 찻푸찻푸

란란란

보쿠나라 이인다

카아상노 오오키나 쟈노메니

하잇테쿠

핏치핏치 찻푸찻푸

란란란

나미코는 손닿지 않는 생각을 견디기 위해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노래했다. 노래를 그만두기가 겁났다. 비가 그치면 선실에서 잠시 눈을 붙이려고 했는데, 쏴아 쏴아, 이제 그만 입 다물어, 쏴아 쏴아, 이제 그만 눈 감아, 좍 좍 좍, 비가 쏟아지는 입에서 오열이 터져 나와 노래가 끊겼다. 김영희, 나미코는 자기 이름을 외쳤다.

아버지!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은 아무도 범하지 못했어예! 어머니! 어머니가 불러준 이름은 아무도 손가락 하나 대지 못했습니다. 김영희! 열세 살 숫처녀의 이름입니다. 나미코는 김영희란 이름을 꼭 껴안았다. 빗발이 더욱 거세졌다. 김영희! 나미코는 바다로 뛰어들었다.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었다. 듣는 사람도 없었다. 바람이 불고, 구름이 갈라지면서 나미코가 서 있던 자리에 빛이 비쳤다. 비가 그쳤다. 저 멀리 섬 그림자가 보였다. 태양이 얼굴을 내보이고 빛의 지팡이로 구름과 구름을 쓸어냈다. 사람들이 갑판으로 올라왔다. 사람들은 뱃머리 쪽으로 모여들어 바닷바람에 눈을 찌푸리고, 다가오는 초록이 무성한 섬을 가리키며 웃고 환희에 벅찬 말을 주고받았다. 감개무량한 몇 사람이 거의 동시에 두 팔을 높이 쳐들었다. 만세! 만세! 대한독립 만세! 대한독립 만세! 대한독립 만세!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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