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책 객장반응]이 정도 대책으로 증시에 돈 몰릴까

  • 입력 2003년 10월 29일 17시 39분


정부의 부동산 종합대책이 발표된 29일 주식시장은 의외로 싱겁게 끝났다.

개장 초 미국 증시의 급등과 부동산 종합대책에 대한 기대감이 어우러지면서 큰 폭 상승세로 출발한 주식시장은 장중 한때 오름폭이 17포인트까지 확대되면서 793까지 급등했다.

하지만 이번 부동산 대책으로 주식시장이 반사이익을 보기 힘들 것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오후부터 개인투자자들의 실망매물이 쏟아졌다. 결국 이날 오름폭은 4.30포인트에 그쳤다. 개인들은 이날 3318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외국인들의 ‘나홀로 매수’=외국인들은 개장 초부터 ‘사자’ 주문을 쏟아 내면서 이날 하루 동안 5355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는 7월 8일(6369억원) 이후 올 들어 두 번째로 많은 규모.

미국 증시가 경제지표 호전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유지 결정으로 급등세를 보인 점이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호전시켰다. 하지만 외국인의 이 같은 ‘매수 열기’도 개인과 기관투자가(1478억원 순매도)의 매도공세에 힘이 부치는 모습이었다.

7월 4일 700선에 올라선 이후 4개월째 700선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개인과 기관이 매수대열에 가세하지 않기 때문.

증시전문가들은 “내수경기 회복을 알리는 구체적인 신호가 나오지 않는 한 개인들의 매수세 전환은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동산대책은 중장기적 효과=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는 있으나 이것 때문에 부동자금이 주식시장으로 흘러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부동산 대책에 이미 알려진 내용이 많았고 단계별 시행으로 주택시장에 주는 충격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기환 플러스자산운용 사장은 “부동산투자자금은 리스크 회피형, 주식투자자금은 위험부담형으로 투자자금의 성격이 원천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했다.

일부 시장전문가는 “부동산대책의 구체성이 떨어진다. 교육문제가 빠져 이번 대책의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고 혹평했다.

하지만 백경호 국민투자신탁운용 사장은 “정부 의지가 확고한 만큼 부동산 투기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며 “내수경기만 받쳐주면 부동자금이 증시로 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국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장기적으로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며 단기적으로는 주식연계증권(ELS) 투자 촉진방안으로 인해 은행 고유계정의 주식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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