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이광환 LG감독 돌연 2군행… 왜?

  • 입력 2003년 10월 14일 1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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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환 감독
이광환 감독
LG 이광환 감독(55)이 계약기간을 1년 남기고 1군 사령탑에서 2군 감독으로 밀려났다. LG는 14일 올 시즌 성적부진(6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이 감독이 사임의사를 밝혔다고 전격 발표했다.

역대 한국프로야구에서 계약기간 중 1군 감독이 2군 감독으로 밀려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감독의 돌연사퇴와 2군행은 ‘선동렬 태풍’과 ‘김성근 악령’이 빚어낸 결말. 사실 이 감독의 중도 사퇴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었다. 그러나 전례가 없는 현역 사령탑의 2군 감독 보직 변경은 야구인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LG사태’의 전말을 알아본다. 이 감독이 스스로 지휘봉을 넘긴 것은 분명하다. 그는 “13일 저녁 어윤태 사장을 만나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그러나 “역사의 흐름을 어떻게 거스를 수 있겠는가”라고 여운을 남겼다.

이는 이 감독이 최근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는지 보여주는 대목. 나중에 삼성 투수코치로 가긴 했지만 두산에서 시작돼 LG까지 강타한 ‘선동렬 태풍’은 이 감독의 45년 야구인생을 뿌리째 흔들어놓았다.

계약기간이 1년 남아 있는데도 연일 거취가 도마 위에 올랐다. 구단에선 선동렬에게 1년 후 자신의 퇴진을 전제로 한 ‘감독보장 코치’를 제의했다는 소문도 들렸다.

여기까지가 돌연 사퇴의 배경. 그러나 정작 본론은 이제부터다.

이번 사태의 ‘원죄’는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LG는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김성근 전 감독을 중도 해임하는 극단적인 결정을 내렸다. 김 전 감독은 어윤태 사장이 아닌 권혁철 전 대표가 영입한 사령탑. 신임 어 사장으로선 시즌 중 사사건건 프런트와 마찰을 빚은 그가 곱게 보일 리 없었다.

그러나 2위 감독을 중도 해임한 이 결정은 후임인 이 감독은 물론 어 사장에게도 엄청난 부담으로 되돌아왔다. 2위를 하면 본전이고 우승을 못하면 손해 보는 힘든 장사. 야구계에선 올해 LG 성적이 곤두박질치자 “이 감독과 함께 구단 고위층도 공동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감독이 1군감독을 사퇴했지만 어떤 모양으로든 ‘밥값’을 하게 된 것은 이런 여론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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