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선동렬 쇼크'…두산 감독영입 전격 포기

  • 입력 2003년 10월 9일 22시 58분


플레이오프 1차전이 한창이던 9일 오후. 팩스 한 장이 프로야구계를 뒤흔들어 놓았다.

두산이 선동렬씨(40·전 한국야구위원회 홍보위원·사진)의 감독 영입을 포기한다는 내용. 두산은 4일과 7일 두 차례에 걸쳐 선 전 위원을 만났지만 코칭스태프 인선권 보장, 전지훈련지 변경, 팀 전력보강 등 ‘까다로운’ 요구조건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앞뒤 재보지 않고 달려들었다가 제풀에 꺾인 두산의 이 결정이 미칠 일파만파의 영향을 살펴본다.

▽사면초가에 빠진 두산

두산으로선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게 됐다. 9년간 선수단으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한몸에 받으며 팀을 두 차례나 정상에 올려놓았던 ‘덕장’ 김인식 감독을 잃은 것이 첫 번째. 김 전 감독이 자진 사퇴하자 코치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두산은 또 ‘총재 구단’임을 앞세워 선 전 위원의 선점권을 확보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얄팍한 주머니 사정만 들킨 셈이 됐다. 이제 선 전 위원보다 값싼 후임감독을 찾아야 할 처지. 두산은 롯데 수석코치로 내정됐던 김경문 배터리코치를 감독으로 내부승진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보급 스타’ 이미지에 금이 간 선동렬

선 전 위원은 두산 경창호 사장의 일방적인 전화 통보에 “너무 뜻밖이라 말이 안 나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웬만하면 두산과 도장을 찍으려고 했지만 이 정도 요구조건도 들어줄 수 없다면 어쩔 도리가 없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그러나 선 전 위원도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 그는 두산과 면담을 하는 와중에도 “여러 팀에서 영입 제의가 있다”고 말해 입단 조건과 팀의 장래성 등을 놓고 계속 저울질을 해온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받았다.

▽“나 떨고 있니?”

선 전 위원이 ‘감독 프리에이전트’가 됨에 따라 올겨울 어느 한 팀의 사령탑은 ‘방을 빼야’ 한다. 나중에 극구 부인하긴 했지만 지난달 어떤 형식으로든 접촉했던 LG, 김응룡 감독과의 계약 기간이 2년 남은 삼성, 올해 김성한 감독과의 계약기간이 종료되는 기아가 선 전 위원에게 러브 콜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어떤 팀으로 결정 나든 ‘감독 선동렬’이 탄생하기까지는 앞으로 적잖은 산고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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