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연욱/‘60대 용퇴론’ 주장하기 전에…

  • 입력 2003년 9월 8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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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에서 ‘물갈이론’을 주도하고 있는 소장파 의원 6명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 기자실을 찾았다.

이들은 당의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과감한 공천 물갈이를 강조하면서 이날은 ‘생물학적인 연령’ 기준 대신 ‘5, 6공 세력 청산론’을 내걸었다.

먼저 서울의 한 초선 의원은 “나이만으로 물갈이를 주장했던 것은 무리였다”고 인정한 뒤 “(청산 대상은) 5, 6공에서 일했던 전체 의원이 아니라 5, 6공 탄생에 기여하고 인권 신장에 역행한 사람들”이라고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물갈이 기준에 맞는 당내 인사를 직접 거명해달라는 요청이 나오자“5, 6공 시대에 일했던 인물 개개인보다 ‘시대정신’의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며 “변한 시대정신을 제대로 수용할 수 없는 분들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이날 소장파 의원들의 설명은 물갈이의 기준과 지향점이 무엇인가에 대한 본원적인 궁금증을 해소하기엔 다소 부족한 느낌이었다. 물론 ‘60대 용퇴론’으로 촉발된 한나라당의 물갈이론은 변화를 위한 진통이라고 당 안팎에서는 인정하고 있다. 원내 다수 정당의 ‘힘’을 갖고도 두 차례 대통령선거에서 연이어 패배한 데 대한 자성(自省)이란 점에서는 일견 당연한 몸부림이기도 하다.

국민의 시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본보가 6일 전국의 성인 1050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 결과 소장파 의원들이 주도한 ‘60대 용퇴론’에 대해 찬성 의견이 57.8%로 반대 의견(38.7%)을 훨씬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 소장파 의원은 당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듯싶다.

이들 소장파가 일부 당 중진들의 ‘과거 경력’을 들먹이며 ‘날’을 세우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과거’는 애써 외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7일 소장파 의원들의 기자간담회에서도 자신들의 ‘과거’는 주제 밖이었다.

이와 관련해 당의 한 중진 의원은 “지난해 대선 때 당권-대권 분리 등 새로운 변화를 수용하는 데 소극적이었던 이회창(李會昌) 후보에게 ‘이래선 안 된다’며 맞선 사람이 소장파 의원 중 과연 몇 명이나 있었느냐”고 반문했다. ‘이회창 대세론’에 편승해 집권 후 장밋빛 꿈을 꾸며 ‘한 자리’를 노린 것 아니었느냐는 지적이다.

이번 논쟁에서 소장파 의원들은 당 변화란 ‘키워드’를 제시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과거’에 대한 깊은 자기반성을 밑자락에 깐다면 소장파 의원들의 목소리엔 더 힘이 실리지 않을까.

정연욱 정치부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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