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물속의 정원사'…망각으로 고통 벗어나기

  • 입력 2003년 8월 22일 1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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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의 정원사/김현주 지음/312쪽 8500원 문학과지성사

소설가 김현주(42)의 첫 창작집. 수록된 13편의 단편에서는, 기괴하고 혼돈스러운 공간 속에서 ‘욕망의 삼각형 속에 갇혀 있는 자신을 확인’(문학평론가 김형중)하는 일들이 벌어진다.

등단작 ‘미완의 도형’은 소설다운 소설을 쓰기 위해 스스로 작중 인물이 돼 보는 한 소설가의 이야기다. 작중 인물은 화가로, 전시장에서 변기와 똥을 소재로 한 작품을 보고 충격을 받아 공중화장실 청소부를 시작한다. 온통 더럽혀진 화장실에서 그는 배설과 해탈이 맞닿아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곳은 명상의 방이며 글쓰기를 위한 행복한 상상이 뻗어가는 장소가 된다. ‘고통’과 ‘기억’은 김현주가 풀어내는 이야기의 주요한 모티브로 보인다. 사고로 아내와 아이를 잃고 자신의 기억마저 망각한 소설가(‘32일’)와 점점 기억을 잃어가고 있는 나(‘숨은 길’), 향기를 맡으면 기억을 잃게 되는 백련을 얻은 수연(‘물속의 정원사’)은등 등장인물들은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 망각의 경계에서 어슬렁거린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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