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PGA챔피언십 거머쥔 ‘샛별’ 숀 미킬

  • 입력 2003년 8월 18일 17시 50분


기라성같은 ‘슈퍼스타’들이 초라하게 사그라진 제85회 미국PGA챔피언십(총상금 600만달러)에서 눈부신 ‘샛별’이 솟아올랐다.

주인공은 미국PGA투어 164개 대회 출전만에 생애 첫 우승을 메이저타이틀로 장식한 숀 미킬(34·미국).

프로경력 11년째. 하지만 웬만한 골프팬에게는 이름조차 생소한 철저한 ‘무명’이었다. 93년 퀄리파잉스쿨(이하 Q스쿨) 공동37위로 미국PGA투어에 뛰어들었지만 성적부진으로 2부투어를 전전하며 Q스쿨을 2차례나 더 치러야했다.

18일 미국PGA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 18번홀(파4)에서 우승퍼팅을 마친 숀 미킬(미국)이 오른손 검지를 치켜세우며 갤러리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로체스터=AP연합

18일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 오크힐CC(파70)에서 열린 최종 4라운드 18번홀(파4).

미킬은 홀컵까지 174야드 남겨둔 상황에서 이번 대회 ‘최고의 샷’으로 선정된 두 번째샷(7번 아이언)을 홀컵 3인치(7.5cm) 지점에 바짝 붙이며 마지막 홀을 버디로 장식, 합계 4언더파 276타로 108만달러의 우승상금을 거머쥐었다.

3라운드 공동선두로 ‘챔피언조’에서 맞대결을 벌인 채드 캠벨(29·미국)은 이날 2오버파 72타로 주춤, 언제 다시 올지 모를 메이저우승의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미킬은 올시즌 포드챔피언십 공동8위 등 ‘톱10’에 2차례 진입했지만 올 시즌 그의 기록은 우승을 결코 넘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

드라이버샷 비거리 60위(289야드)와 드라이브샷 정확도 89위(66.8%), 홀당 평균 퍼팅 154위(홀당 1.8개) 18홀 평균타수 74위(70.88타)….

하지만 그에게도 믿는 것이 있었다. 바로 깊고 질긴 러프로 악명 높은 오크힐CC에서 그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정교한 아이언 샷.

미킬의 올 시즌 그린적중률은 미국PGA투어 최상위급인 6위(70.8%), 지난해는 4위(71.2%). 드라이버 샷의 비거리와 정확도가 중위권에 불과하건만 그린적중률이 최고 수준이라는 것은 그의 아이언샷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짐작케한다.

미킬은 텍사스주 콜로니얼CC 4번홀 그린 옆에 있는 일명 ‘골프장 주택’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어려서부터 미국PGA투어 선수들의 플레이를 관전하며 자연스럽게 ‘프로골퍼’의 꿈을 키웠고 11년만에 그 첫 결실을 메이저우승으로 거둬들였다.

한편 미킬이 선두권에 나서자 미국 언론들은 ‘따뜻한 마음씨와 용기를 지닌 의인(義人)으로서의 미킬‘을 새삼 되새겼다. 94년 물에 빠진 자동차에 뛰어 들어 익사 직전의 2명을 구해내 ‘용기있는 시민상’을 받았고 몇 년 전부터는 뇌종양으로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어린이 스펜서 벡스테드(4)의 ‘친구’가 돼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는 것도 알려졌다.한 TV인터뷰에 출연한 벡스테드의 아버지는 “이번 대회 우승이전에도 스펜서에게 최고의 골프영웅은 우즈가 아니라 미킬이었다. 스펜서는 미킬의 이름만 들리면 누워있다가도 벌떡 일어난다”고 말했다.

미국LPG챔피언십 최종 성적
순위선수스코어
숀 미킬-4276(69-68-69-70)
채드 캠벨-2278(69-72-65-72)
팀 클라크-1279(72-70-68-69)
알레스 체카0280(74-69-68-69)
○39타이거 우즈+12292(74-72-73-73)
○69최경주+24304(74-74-80-76)

안영식기자 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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