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395…낙원으로(12)

  • 입력 2003년 8월 17일 17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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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얏!”

비명이 소녀의 눈을 공포의 안개로 덮었다. 뭘 하는 거지? 바로 코앞에서 보고 있는데, 뭘 보고 있는지 알 수 없다…안개 너머에서 두 남자가 언니의 거기에 얼굴을 갖다대고….

“이거 좀 봐. 자궁이 올라가 있고 자궁 입구가 발갛게 돼 있지? 이 여자, 출산한 경험이 있어. 열일곱 살이라는 게 정말이라면, 아직 애가 어릴 텐데….” 군의관은 쿠스코로 벌린 질을 들여다보면서 말했다.

“어이, 아이 있어?”

소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만약, 애 엄마라는 것이 들통나면….

“통역햇!”

“……”

“이 계집이, 조센진 주제에 건방 떨고 있어!” 병사가 소녀의 뺨을 때렸다.

“놔 둬, 아이가 있든 없든 근무 내용은 똑같으니까.”

“다음, 너!”

뺨과 머리가 얼얼하면서, 칠판에다 백묵을 찍찍 그어대는 듯한 소리가 난다…거역하면 죽일지도 모른다…소녀는 속바지를 벗고 판자 위로 올라갔다. 부들부들 떨리는 무릎이 좌우로 벌려지고.

“뭐야, 아직 털도 제대로 안 났잖아. 몇 살이야?”

“…열…네 살이요…아, 아야!”

너무 아파서 허리를 뒤로 당기고 말았다. 아프고, 무섭고, 부끄럽고, 심장이 욱신거리고, 얼굴이 확확 달아올랐다.

“움직이지 맛!”

“초경은?”

“…아직…”

“진짜 애로군…그만 됐어.”

“내려왓.”

소녀는 판자에서 내려와, 벽에 달라붙을 듯 기대 서 있는 언니의 팔에 매달렸다.

“둘 다 합격!”

“방에 돌아가서 잠옷 갈아입고 기다렷! 알아들었어! 대답!”

대답하고 싶었지만, 목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처럼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얻어맞겠다고 생각한 소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놔 둬, 아직 애야.” 수염이 자란데다 눈가가 거뭇거뭇해서 병자처럼 보이는 군의관이 말했다.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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