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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8월 7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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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발단은 신한지주가 조흥은행을 인수하면서 노조 파업에 굴복해 3년 동안 조흥은행 출신 중에서 행장을 선임해 주겠다고 합의한 데 있다. 은행의 인수합병(M&A)을 놓고 노조와 협상을 벌인 것도 잘못이지만 시장경제의 원칙에 반하는 약속을 해준 것은 더 큰 잘못이다.
최동수 신임행장 후보는 조흥은행에서 상무와 부행장으로 3년여 근무한 경력이 있기 때문에 노사합의의 형식적 요건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노조는 최 행장 후보의 근무기간이 길지 않아 조흥은행 출신이라고 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펴지만 3년 뒤에 통합되는 은행에서 순수 혈통을 고집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통합을 원활하게 추진할 능력을 갖추고 있느냐가 제일의 자격조건일 것이다.
더욱이 조흥은행 노조가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의사를 개진하지 않고 뉴욕증시 상장을 위한 실무작업을 벌이는 사무실을 물리적으로 봉쇄하고 이사회를 연기시킨 것은 업무 방해에 해당한다. 어쩌다가 이렇게 다수의 위력으로 합법적인 권한 행사를 방해하는 억지가 성행하게 되었는가. 조흥은행 노조가 6월에 신한지주의 인수에 반대하는 파업을 벌이는 바람에 7조원의 예금이 빠져나갔는데 이렇게 사사건건 분규가 생기면 통합의 시너지가 생기기는 고사하고 껍데기만 남는 은행이 되지 않을지 염려된다.
일부 공기업 노조가 사장 선임 반대투쟁을 벌여 성공시키더니 마침내 은행 등 사기업으로까지 번지는 것은 우려할 만한 사태이다. 노조가 시장경제의 기본 원칙을 무시하고 경영진 선임에 참견해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식으로 막가는 사태를 방치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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