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파]이천수, 말은 안통해도 분위기 메이커

  • 입력 2003년 8월 5일 1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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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소시에다드의 새별로 떠오르고 있는 이천수(오른쪽). 그가 오스트리아 제펠트에서 전지훈련 중 팀동료와 스스럼없이 어깨동무 한채 뭔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마드리드=변혜정 통신원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소시에다드의 새별로 떠오르고 있는 이천수(오른쪽). 그가 오스트리아 제펠트에서 전지훈련 중 팀동료와 스스럼없이 어깨동무 한채 뭔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마드리드=변혜정 통신원
요즘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소시에다드 본거지인 산 세바스티안 지역의 관심은 온통 동양세서 새로 온 이천수에 쏠려 있다. 팬들은 이천수의 영어식 표기 ‘Lee Chun Soo’를 제대로 발음하지 못해 ‘리찬수(Lee Chan Soo)’로 부른다.

최근엔 이천수에 대한 애틋한 가족사와 성장기가 스페인 언론에 소개돼 화제를 모았다. 산 세바스티안의 지역신문인 ‘엘디아리오바스코’는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도 꿋꿋이 최고의 축구스타로 올라선 이천수의 성장기를 특집으로 다루기도 했다.

이천수는 팀의 ‘분위기 메이커’로 통한다. 오스트리아 제펠트 전지훈련에서 이천수는 재치 있는 농담으로 팀 동료는 물론 취재진까지 즐겁게 하고 있다.

스페인 취재진들이 이천수에게 안부를 묻자 이천수는 곧바로 “춘고(Chungo·스페인 속어로 아주 힘들고 지쳤을 때 쓰는 말)”라고 대답해 훈련장을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동료들과 적극적으로 어울리며 스페인어를 배우려는 그의 모습에 팀 관계자는 물론 현지 언론들도 호의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제펠트 전지훈련에서 이천수는 독방을 쓰고 있다. 구단은 아직 스페인어가 미숙한 이천수와 다른 선수가 함께 방을 쓴다면 너무 많은 부담을 느낄 것을 우려해 혼자 쓰게 배려했다.

이천수는 팀 고참인 오른쪽 날개 러시아의 카르핀(34), 최전방 공격수 유고의 코바체비치(30) 등과 스스럼 없는 사이가 됐다. 카르핀과 코바체비치는 이천수와 자주 어울리며 스페인어를 가르쳐 주고 있다. 팀에서 가장 농담 잘하기로 유명한 카르핀에게서 이천수가 어떤 스페인어를 배워 써먹을지에 모든 선수들이 호기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이천수에 대한 드누엑스 감독의 신임도 두터워 지고 있다. 드누엑스 감독은 “이천수는 밝은 성격으로 선수들과 잘 어울리고 있다”며 “체력이 좋은 데다 다양한 포지션에서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고 평가.

특히 드누엑스 감독은 이천수를 지난 시즌 24골을 잡아낸 터키 출신 골잡이 니하트(24)와 비교하며 “비슷한 스타일의 축구를 한다. 이천수도 니하트처럼 성공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천수는 코바체비치 덕분에 주전을 꿰찰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됐다. 코바체비치는 유고대표로 20일 열리는 유럽선수권대회 예선에 참가하게 돼 있다.

이에 따라 코바체비치는 19일 오사수나(스페인), 21일 말뫼(스웨덴)와의 친선경기에 불참하게 됐고 이 공백을 이천수가 메울 가능성이 높다. 이천수가 당당히 스타팅으로 나서려면 이 때 뭔가를 보여줘야만 한다.

마드리드(스페인)=변혜정 통신원 JACGAR@telefonic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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