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무엇이 사람보다…' 어떡하면 사람냄새 나게 살까

  • 입력 2003년 8월 1일 17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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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사람보다 소중하리/장성숙 지음/304쪽 9800원 나무생각

중년 주부가 외출했다 집에 돌아와 보니 두 딸이 아버지의 여자친구 전화번호를 알아냈다며 전해준다. 막상 전화번호를 받고 나서 주부는 어찌할 바를 모른다.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도 기가 막히지만 딸들까지 문제에 얽혔으니….

이런 경우 아내로서 엄마로서 대응법을 마련할 때 중요한 기준은 남편과 계속 살 생각이 있는지의 여부다. 이 책의 조언에 따르면, 만일 함께 살 생각이 있다면 서로 얼굴 붉히는 언동을 해서는 안 된다. 저쪽 여자에 대해 알아보거나 상대할 필요도 없다. 특히 딸들 앞에서 부모의 추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일단 거짓말을 해서라도 사실이 아니라고 잡아떼는 것이 자식들이 제대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

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인 저자가 펴낸 이 책은 공허한 이론이 아니라 부모와 자식, 부부, 상사와 부하, 친구사이 등 관계에서 빚어지는 난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를 일러준다. 정곡을 찌르는 말을 잘해 ‘장칼’이란 별명을 가진 저자와 냉철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공동작업자 ‘철쭉님’은 함께 집단상담을 진행하면서 부딪친 실제 사례들과 이에 따른 해결책을 제시한다. 물론 이들이 제안하는 조언에 대한 최종판단은 독자들의 몫이다.

이 책에선 다양한 문제들이 등장하지만 전체를 꿰뚫는 메시지는 하나다. 제목이 암시하듯 ‘사람 소중한 줄 알자’. 인간의 행불행은 다름 아닌 ‘관계’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저자는 사람 귀한 줄 알면 자연히 배려하는 마음이 생겨나고, 바로 그로부터 상식에 부합하는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남에게 폐 안 끼치고, 내가 맡은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도 그리 바람직하진 않다. 지나치게 깍듯해도 사람 사는 냄새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애살스럽기도 해야 하는 것 같다. 그냥 혼자 묵묵히 행동할 것이 아니라, 아쉬운 소리도 해가며 빚을 지기도 하고, 또 그것 때문에 비위를 맞추기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함께 사는 맛이리라.”

고미석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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