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조경환 ‘SK 러키보이’

  • 입력 2003년 6월 20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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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수도 없고 웃을 수도 없고…’.

SK의 ‘작은 거인’ 조경환(31·사진)은 동료들이 인사치례로 머리를 툭툭 칠 때마다 고민스럽다. 팀이 이긴 것은 기쁘지만 공을 맞은 순간을 떠올리면 아찔하기 때문이다.

조경환은 최근 3경기에서 두 번이나 상대투수가 던진 공에 머리를 맞았다. 그런데도 축하인사를 받는 이유는 그때마다 팀 승리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기 때문.

17일 기아와의 3연전 첫날. 조경환은 5회 타석에서 최상덕이 던진 직구에 머리를 정통으로 얻어맞았다. 타자의 머리를 맞추면 무조건 퇴장이라는 올 시즌 감독자회의 합의에 따라 최상덕은 곧바로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1-0 살얼음 같은 리드를 지키던 SK는 상대 선발투수가 갑자기 물러나자 5회에 2점을 더 뽑아 3-0 승리를 챙겼다.

3연전 마지막날인 19일. 조경환은 4회 무사 1루에서 번트자세를 취하다 또다시 공에 헬멧을 얻어맞았다. 이 바람에 잘 던지고 있던 기아 선발투수 리오스를 퇴장당했고 SK는 역전승.

그 뿐이 아니다. 18일의 2차전에선 억세게 행운이 뒤따랐다. 팀이 8-9로 뒤지고 있던 8회말 무사 1루. 조경환은 보내기 번트에 실패, 2스트라이크 1볼로 몰렸다. 번트는 물 건너 갔고 남은 것은 강공뿐. 자칫 ‘역적’이 될 수도 있는 이 상황에서 조경환은 투런홈런을 때려내 역전승의 주역이 됐다. 그러니 승리를 불러오는 ‘러키보이’라는 별명이 붙을 수밖에….

그렇다고 운만 좋은 것은 아니다. 지난 시즌 중반 롯데에서 이적한 뒤 슬럼프에 빠졌던 조경환은 올 들어서도 시범경기에서 잠시 반짝했을 뿐 정작 정규리그가 시작하자 5월초까지 타율 0.196의 물방망이로 전락했다.

그러다가 6월 들어 타율 0.298에 홈런 4개를 터뜨리며 다시 불방망이로 돌아온 이유를 조경환은 “매일 야구일지를 쓰며 상대투수를 분석해 내 단점을 보완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이처럼 남모르는 노력이 있었기에 행운도 뒤따르는 것같다.

전 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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