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334…아메 아메 후레 후레(10)

  • 입력 2003년 6월 5일 21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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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믄 이게 마지막인지도 모르겠네”

“…어어”

“부탁이 하나 있다 내가 태어났을 때 형이 내 이름을 여러 가지로 생각했다고 했제”

“그래 봄에 태어났다고 봄 춘자가 붙는 이름을 이리저리 생각했다 춘재 춘익 춘선 춘일 춘식 춘운 춘행 그라고 또 뭐가 있더라 그란데 결국은 아버지가 생각한 우근이란 이름으로 정해졌다”

“춘식이란 이름 호로 써도 되겠나?”

“…호? 호가 와 필요한데?”

“호적상으로는 왜놈의 종처럼 구니모토 우곤이 되었지만 마음까지 예속된 건 아니라는 표시로 왜의 호적에서 이탈하고 싶다 치욕으로 얼룩진 구니모토 우곤이란 이름을 쓸 수가 없다 지속적으로 저항하기 위해서 맞서기 위해서 싸우기 위해서 버팀목으로 새 이름이 필요하다 나는 오늘부터 이춘식이란 이름을 쓸 끼다 싹이 터서 쑥쑥 자라나 커다란 나무가 된다는 희망을 담은 이름이라고 했제”

“…그래 좋은 이름이다”

“…이제 그만 잘 가라고 해야겠네”

“아니다 세상이 좀 조용해지면 돌아올 끼다”

“그럼”

형은 멈춰 서 오른손을 들었다 나는 다시 달리기 시작하면서 오른손을 들었다 큐큐 파파 큐큐 파파 돌아보지 않는다 돌아봐야 돌아오지 않는다 모든 것 역시 큐큐 파파 모든 것이 돌아오지 않는다 미옥이하고 신자는 어떻게 될 것인가 갓난아기를 업고 울면서 강둑길을 걸어가더라는 소문을 들었다 큐큐 파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도뿐 미옥이와 신자가 행복하기를 형이 무사하기를 큐큐 파파 이춘식 큐큐 파파 진짜 이름을 쓰지 못하고 진짜 이름으로 불리지 못하는 이 허기는 이름을 빼앗겨 본 자가 아니면 알 수 없다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조선 사람들은 쌀보리와 설탕 배급이 적어서 배를 곯고 있지만 이름을 빼앗겨 더 큰 허기에 허덕이고 있다 조선 사람들은 이름에 곯아 있다

신고산이 우루루 화물차 가는 소리에

지원병 보낸 어머니 가슴만 쥐어뜯고요

어랑어랑 어허야

양곡 배급 적어서 콩깻묵만 먹고 사누나

신고산이 우루루 화물차 가는 소리에

정신대 보낸 어머니 딸이 가엾어 울고요

어랑어랑 어허야

풀만 씹는 어미 소 배가 고파 우누나①

①신고산 타령의 가사를 개사한 노래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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