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희정씨가 어째서 ‘양심수’인가

  • 입력 2003년 5월 23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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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종금 로비의혹 사건과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을 둘러싸고 해괴한 일이 잇따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주변 인사들이 자칭 ‘안희정 시민변호인단’을 구성한 것도 그렇고 이들이 안씨를 ‘정치적 양심수’로 규정하면서 역차별에 의한 표적수사라고 주장하는 것도 그렇다.

마치 억울하고 힘없는 사람을 돕기 위한 모임인 듯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시민변호인단이란 명칭은 가당찮다. 아마 비법조인들까지 참여해 이 같은 이름을 붙인 모양이나 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안씨나 변호인단이나 ‘시민’이라는 용어가 갖는 이미지에 영 걸맞지 않다. ‘구명변호인단’이나 ‘동지변호인단’ 정도가 마땅할 것이다.

정치적 양심수도 터무니없는 얘기다. 세상 어디에서도 떳떳하지 못한 돈거래를 한 사람을 양심수라고 하지 않는다. 안씨가 양심수라면 앰네스티 같은 국제인권단체에서도 고개를 갸우뚱거릴 것이다. 역차별에 의한 표적수사라는 것 역시 언어도단이다. 대통령비서실장과 집권당 대표를 지낸 한광옥씨나 금융감독위원장을 지낸 이용근씨는 안씨보다 훨씬 적은 돈을 받고도 구속됐는데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은 듣기조차 거북한 억지다.

더욱 한심한 사람은 영장혐의사실과 언론보도조차 구별하지 못하는 안씨 자신이다. 그가 최근 지인들에게 ‘일부 수구언론의 공격 때문에 검찰이 나를 구속하려 든다’는 취지의 e메일을 보낸 것은 유치하기 짝이 없는 검찰권 모독이다.

안씨나 변호인단이 방어권 행사 차원을 넘어 검찰 수사에 부당한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의혹이 짙다. 김영대 대통령특보내정자를 비롯한 노 대통령 측근들이 다수 포함된 시민변호인단의 면면부터가 석연찮다. 또한 안씨나 변호인단이 그토록 강하게 법 집행에 저항하는 데는 드러내놓고 말 못할 다른 이유가 있지 않나 하는 의심도 든다. 얼마 전 “동업자이자 동지인 안씨가 나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한 노 대통령의 말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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