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깃발'…'5·18'을 가슴에 품은 사람들의 고통

  • 입력 2003년 5월 16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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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홍희담 지음/316쪽 8500원 창작과비평사

단편 ‘깃발’을 통해 광주민주화운동을 정면에서 응시한 소설가 홍희담(58)이 첫 소설집을 묶어냈다.

표제작 ‘깃발’을 비롯한 5편의 중단편에서 그는 여전히 5·18의 경험을 끌어안고 있다. ‘그대에게 보내는 편지’ ‘문밖에서’ ‘김치를 담그며’ 등의 작품에서는 5월 광주, 그 이후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담아낸다.

5·18의 현장을 가슴에 품은 사람들의 고통을 그린 ‘그대에게…’에서는 도청을 사수하다 체포돼 고문으로 정신병원에서 살고 있는 형철과 그를 사랑하다 은둔자의 삶에 자신을 묻어버린 인하, 형철의 사촌 영빈이 등장한다. 비극을 경험한 이들에게 각인된 상처, 살아남은 사람들이 느끼는 죄의식이 묵직한 울림을 준다.

‘김치를…’은 조울증에 시달리다 결국 투신자살을 하고만 여성운동권의 ‘대모’ 수연의 이야기. 희영과 그의 딸 여진이 함께 김치를 담그며 그를 회상한다. 상처가 남은 채 세월은 가고 일상은 반복되기 마련이다. 작가는 광주민주화운동을 일상의 공간에 담아낸다.

문학평론가 임규찬은 “우리들 자신이 역사에 빚지고 있음을 나지막하지만 분명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오월’의 역사와 함께한 영혼의 기록자로서, 무엇보다 고통의 역사를 보듬고 있는 어미와 같은 존재로서”라고 평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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