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포츠]“웁스! 산에서 보드를 탄다고?”

  • 입력 2003년 5월 13일 17시 21분


코멘트
험난한 산에서 산악보드를 즐기는 마니아. 국내에도 산악보드가 도입되고 있다. 사진제공 보드매니아
험난한 산에서 산악보드를 즐기는 마니아. 국내에도 산악보드가 도입되고 있다. 사진제공 보드매니아
‘스노보드 금단 현상은 이제 그만!’

4일 경기도 용인 양지리조트. 겨울이 지나 벌써 신록이 푸르른 5월이지만 비탈진 스키 슬로프에는 여전히 사람이 가득하다. 눈이 없어도 탈 수 있는 보드, 바로 산악보드(마운틴 보드)를 타는 사람들이다.

90년대 초 미국에서 시작된 산악보드가 국내에도 들어왔다. 산악보드 동호회(cafe.daum.net/mountainboard)도 결성됐다. 이날 각 보드동호회원 등 80여명은 국내 처음으로 양지리조트가 산악보드에 슬로프를 일시 개방함에 따라 .산악보드를 타기 위해 모였다.

산악보드 탄생은 스노보드 마니아들의 ‘금단 현상’에서 비롯됐다. 93년 미국의 패트릭 맥코넬과 제이슨 리는 겨울시즌이 끝난 뒤 허전함을 느끼고 있었다. 이른바 ‘스노보더 시즌말 증후군’. 겨울시즌이 다시 시작될 때까지 기다리기에 지친 맥코넬과 리는 궁리 끝에 산악보드를 만들었다. 스노보드 밑에 바퀴를 단 것.

산악보드는 경사진 지형이면 어디서나 탈 수 있다. 스노보드가 눈 위에서만 탈 수 있는 것에 비하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크게 뛰어 넘는 장점이 있다. 이같은 의미를 담아 ‘올터레인 보드(All-Terrain Board)’로도 불린다.

미국의 주요스키 리조트는 눈이 없는 시즌에는 스노보드 대신 산악보드를 대여하고 슬로프를 개방한다. 미국 캐나다의 700여 리조트 중 280여군데가 산악보드를 대여하고 있다. 일본도 약 25개의 리조트에서 산악보드를 렌탈할 수 있다. 전 세계 동호인은 10만명 이상. 이 추세대로라면 인라인스케이트처럼 차세대 레포츠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는 아직 도입단계. 국내도 스노보드 열풍을 감안하면 성장가능성이 매우 크다.

산악보드는 일반 도로에서 타는 ‘온 로드’용과 산악지대에서 타는 ‘오프 로드’용 등 두 종류 바퀴를 바꿔달며 즐길 수 있다. 길이는 97∼157㎝, 무게는 5.4∼10.8㎏. 가격은 50만∼100만원대. 스노보드 마니아들이 모여 설립한 수입업체 ‘보드매니아’에서 양지리조트와 겨울 외 시즌 슬로프 상시 개방을 협의하고 있다.

문의 보드매니아(www.boardmania.co.kr) 02-3442-2814.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스릴 만점 한번 타면 그 맛 못잊죠”…산악보드 마니아 김현진씨

산악보드 마니아 김현진씨(24·사진).

김씨는 5년 전 스케이트보드를 시작했다. 이후 스노보드, 플로보드 등 다양한 보드를 섭렵했다. 산악보드에 입문한 것은 지난해. 현재 산악보드 동호인들이 모이는 카페 ‘마운틴보드(http://cafe.daum.net/mountainboard)’의 운영자이기도 하다. 카페입구에는 각종 산악보드사진과 함께 ‘눈이 없는 비시즌의 허전함을 잊고 삽시다’라는 문구가 걸려 있다.

“산악보드를 타는 느낌은 스노보드와 가깝습니다. 하지만 스노보드가 지면에 붙어서 미끄러지는 느낌을 주는데 비해 산악보드는 떠서 움직이는 느낌을 주지요.”

김씨가 꼽는 산악보드의 가장 큰 장점은 시공간의 제한이 적다는 점. 반면 스피드와 질주감은 스노보드가 앞선다고 평했다. 그러나 산악보드도 역동적이고 스릴 넘치는 쾌감을 주는 것은 마찬가지. 산악보드 나름대로의 묘미도 만만치 않다는 설명이다. 바퀴를 이용해 밋밋할 것 같지만 카빙턴(스키나 스노보드의 모서리를 이용한 날카로운 회전)을 시도할 때면 짜릿한 회전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스노보드를 타보지 않은 사람도 1, 2시간 정도 연습하면 탈 수 있다는 설명. 국내 스키 리조트 슬로프가 산악보드에 개방되기를 기다리는 그는 평소에는 동호회원들과 주로 서울월드컵경기장 인근 하늘공원에서 산악보드를 탄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보호장비 착용. 눈이 아니라 흙바닥 위에서 타기 때문에 신경을 더 써야한다는 것. 특히 산에서 탈 때는 장갑이 필수. 손을 바닥에 짚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보호장비로는 헬멧, 장갑, 팔목보호대, 무릎보호대 등이 있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 보드 어떤 것들이 있나

산악보드 보호장구
장비가격(원)
헬멧7∼9만
팔꿈치 보호대4만5000∼11만
장갑5∼11만
어깨가슴보호대8∼22만
보호장구는 인라인하키의 보호장구를 사용.
참조사이트 www.koreainlinehockey.com

보드매니아에서는 산악보드 10여종을 수입하고 있다. 그 중 가장 많이 팔리는 것은 ‘유니캠’. 길이 1m17, 무게 8.6㎏으로 재질은 단풍나무, 가격은 55만원대.

최고급형으로는 ‘보드계의 BMW 혹은 벤츠’로 불리는 ‘스트릿 카버(STREET CARVER)’가 꼽힌다. 도로를 서핑하는 느낌을 준다는 설명. 바퀴축 구조를 기술적으로 해결해 카빙턴의 묘미를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것이다. 88만원대.플로보드는 여러 개의 바퀴를 달고 있는 것이 특징. 앞뒤로 7개씩 14개의 바퀴가 있다. 땅위에서 스노보드를 타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다. 그러나 산악용으로는 부적합하고 도로용. 34만∼38만원. 이상 문의처 보드매니아(02-3442-2814)

수입제품 외에 국내에서 개발된 것도 있다. ‘땅위에서 타는 보드’를 표방하며보드웨이엔터테인먼트(www.bordway.com, 031-500-3800)에서 만든 ‘보드웨이’가 그 것. 앞바퀴 두개 사이에 별도로 바퀴를 하나 더 달았다. 이 바퀴가 방향 전환시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브레이크 줄이 달린 것, 손잡이가 달린 것도 있다. 10만∼13만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