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일과 꿈]김택진/한국영토 넓히는 온라인 게임

  • 입력 2003년 4월 23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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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학시절 전공인 전자공학보다 컴퓨터 동아리 활동에 더 관심이 많았다. 선후배들과 함께 ‘ㅱ글’을 개발하기도 했고, 후에 한메소프트를 창립해 ‘한메 타자교사’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소프트웨어는 국내용으로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게 한계였다. 여기에 더해 세상이 엔터테인먼트 중심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생각이 게임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PC 놀이기능 주목 ‘리니지’ 개발 ▼

게임은 컴퓨터로 할 수 있는 가장 재미있는 것이며, 컴퓨터로 만들 수 있는 가장 종합적인 예술이다. 컴퓨터는 당초 사무작업을 편리하게 해주는 기능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그 기능이 무궁무진해진 컴퓨터는 일을 위한 도구에서 머물지 않고 엔터테인먼트로 그 효용이 확대되고 있다. TV가 정보 전달의 기능에서 엔터테인먼트로 기능이 확대된 것과 같다.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로 영화를 보고 채팅을 하고 게임을 한다. 최근의 한 조사보고서에서도 인터넷 사용자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게임이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오프라인 중심의 놀이문화가 인터넷을 통해 컴퓨터 속으로 들어왔고, 온라인 놀이가 오프라인 놀이보다 더 간단하고 경제적이면서도 더 큰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온라인 게임의 경우 시간당 1000원 정도의 PC방 이용료만 있으면 게임에 접속해 수천, 수만명의 사람들과 함께 플레이할 수 있고, 현실에서는 접할 수 없는 판타지나 미래 세계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게임의 매력은 인터넷기술, 그래픽, 사운드, 개발자의 철학 등이 빚어내는 종합예술이란 점에서 나온다. 영화를 종합예술이라 하지만 게임은 영화에서 잠깐씩 보여주는 놀라운 장면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체험할 수 있게 해준다. 그뿐만 아니라 온라인 게임 안에서 게이머들은 역사와 철학, 경제와 정치를 체험하게 된다. 온라인 게임 ‘리니지’의 경우 서비스를 시작한 지 5년이 되었는데 최근 게이머들은 새로운 현상이 발생했을 때 그간의 축적된 경험으로 이것을 해석하고 반응하기 시작했다. 역사성을 발견하기 시작한 것이다. 또 게임 내에서 최고의 권력자가 되기 위해 혈맹을 조직하기도 하고, 어떻게 리더십을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하기도 한다. 이것은 정치의 초보 단계가 될 것이다.

나는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독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우리 회사의 게임 제작회의에서는 역사, 철학, 신화, 심리학 등 온갖 얘기들이 쏟아진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멋진 게임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요즘 게임은 단순히 자극과 반응의 놀이가 아니다. 인간과 세계에 대한 해석을 담고 있다. 게임을 통해 많은 것을 나눌 수 있고, 게임의 가상적 상황을 통해 더 많은 현실을 느낄 수 있다.

온라인 게임은 한국인의 성격에도 잘 맞는다. 우리의 장점은 다이내미즘(Dynamism)이라고 생각한다. 가능성 있는 분야로 돌진하는 거다. 인터넷망이 깔리고 PC방이 생겨난 것도 좋은 환경이다. 반면 비디오 게임이 발달했던 미국과 일본은 오히려 온라인 게임으로 전환하는 데 부담이 많았다.

▼세계 게임시장 변화 기회 잡아야 ▼

이제 온라인 게임의 장점을 체득한 게이머들이 생겨나면서 세계 게임의 중심이 온라인 게임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기술을 갖고 있는 데다 많은 사용자들에게 온라인 게임을 서비스 해본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으며 창의적인 인재가 많은 한국은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는 셈이다. 현실세계에서 우리의 영토는 좁지만 온라인 공간은 무궁무진하다. 우리는 온라인 게임을 통해 가장 많은 온라인 인구와 넓은 영토를 갖고 있는 셈이다. 사이버 세상의 강대국은 우리, 대한민국이 될 수 있다.

▼약력 ▼

△1967년 생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1989년) △ㅱ글 공동개발, ㈜한메 소프트 창립(1989년) △㈜엔씨소프트 창립(1997년) △미국 비즈니스위크 선정 ‘아시아의 스타상’ 수상(2001년) △세계경제포럼 ‘아시아 차세대 리더 18인’에 선정(2002년)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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