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스프링 리그’를 아십니까

  • 입력 2003년 4월 21일 1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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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리그. 그래도 뜨거운 열기가 넘쳤다.

관중도 없는 텅 빈 체육관이었지만 승부에 대한 열정만큼은 챔피언결정전 못지않았다. 그동안 제대로 못 뛴 한풀이를 하려는 것일까. 아껴뒀던 모든 힘을 쏟아 붓는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와 함성이 코트 천장을 때렸다.

프로농구 2003스프링리그 SBS 스타즈-SK나이츠, LG세이커스-모비스 오토몬스의 경기가 잇달아 열린 21일 오후 경기 수원시 모비스 체육관. TG의 우승으로 2002∼2003시즌은 모두 막을 내렸지만 이들에게는 새로운 시작이었다. 수비에 집중하느라 거친 파울과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았고 과감하게 레이업슛을 시도하다 코트에 “쿵”소리를 내며 거꾸로 처박히기도 했다.

“쨍하고 해뜰날 온다” SBS 스타즈 윤호진(오른쪽)이 SK 나이츠 석주일의 밀착 수비를 피해 골밑 슛을 시도하고 있다. 수원=박주일기자

20일 개막된 올 스프링리그엔 각 구단에서 지명한 주전 3명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이 출전한다. 용병 2명도 빠진 것을 감안하면 후보선수들의 ‘한풀이 무대’. 또 1월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된 새내기들에게는 일종의 ’예비고사‘격이다. 출전기회가 적었던 후보들과 신인들의 기량을 점검, 연봉 협상 또는 트레이드를 위한 자료로 삼기 위한 목적.

그래서인지 만년후보 신세였던 선수들은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고 싶은 마음에 몸을 사리지 않았다. 김영만과 조성원에게 주전자리를 내줬던 SK나이츠 손규완. 최근 SK빅스, 삼성 등과의 연습경기에서 평균 40점 이상을 터뜨렸다는 그는 “주위의 관심도, 알아주는 사람도 없지만 내가 이런 선수였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다짐했다. 올 정규리그에서 평균 10분 정도 뛰는 데 그쳤던 손규완은 이날 거의 풀타임을 소화해내며 양팀 최다인 28점을 올렸다.

SBS에서 양희승과 김훈의 백업 요원이었던 신동한도 호쾌한 3점포를 쏘아 올리며 27점을 터뜨려 팀의 108-80, 대승을 이끌었다. 신동한은 “시즌 때 많이 못 뛰었는데 내 자리를 찾는 기회로 만들고 싶다”며 “뛰는 순간만큼 행복할 때는 없다”고 활짝 웃었다.

모비스의 노장 정인교(33)와 오성식(33)도 후배들의 틈바구니에서 투혼을 불살랐다.

신인들도 설레는 얼굴로 첫 선을 보였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모비스에 뽑힌 김동우는 신세대답게 팔목에 고무링을 차고 언더셔츠까지 입고 나왔다. 평소 싱겁다는 말을 듣는 김동우였지만 연세대 시절 4년 동안 한솥밥을 먹었던 LG 박광재와 매치가 된 때문인지 수비도 악착같았다.

모처럼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에 유니폼이 흠뻑 젖은 채 코트를 떠난 선수들의 표정은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 듯 밝았다. 29일까지 A, B조로 나뉘어 예선을 치르는 스프링리그는 30일 결승전을 갖는다.

수원=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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