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296…명멸(明滅) (2)

  • 입력 2003년 4월 18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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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년 6월4일 보천보(普天堡) 피습 사건

보천보를 습격한 200여 명의 마적단과 이를 추격하던 경찰이 마침내 격돌했다. 5일 오후 1시경, 압록강 건너 12km 지점에서 대천부대 30여 명과 김일성 일파가 충돌, 경찰측은 사망자 7명, 부상자 14명, 김일성측은 사망자 25명, 부상자 30명이 발생, 아직도 격전 중이다.

잠들어 있던 여자가 말했다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요 나는 성냥을 그어 호롱불을 밝혔다 가느다란 빛이 내 팔과 그녀의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아내가 아닌 여자 두 번째 여자다 아기가 생겼어요 여자는 내 얼굴을 보았다 나는 여자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아기?

1937년 10월2일 ‘황국신민의 서사(誓詞)’ 제정

1 우리는 황국의 신민이며 충성으로 군국에 보답한다

2 우리 황국 신민은 서로 신애 협력하여 이로써 단결을 공고히 한다

3 우리 황국 신민은 인고단련 힘을 길러 이로써 황도를 선양한다

여자가 신음했다 내 밑에서 내 몸에 깔려 아내가 아닌 여자 아이를 갖지 않은 여자 여자는 찾아갈 때마다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여자는 찾아갈 때마다 나를 다그쳤다 여자가 울었다 여자가 웃었다 여자가 깨뜨렸다 여자가 감쌌다 모르겠다 어느 여자가 어느 여자인지 모르겠다 눈을 떴다 감을 때마다 여자가 바뀌면서 여자가 줄어들었다 늘어났다 내 팔 안에서 이쪽 강가와 저쪽 강가를 잇는 배다리처럼 물에 떠밀리면서 삐걱이고 고무신에 밟혀 삐걱이고 게타에 밟혀 삐걱이고 눈을 뜨면 여자가 있었다. 눈을 감으면 여자가 사라졌다

1938년 2월23일 육군 특별 지원병령

조선 지원병제도를 포함하는 육군 특별 지원병령(칙령)은 23일 관보에 의해 공포, 4월3일 신무 천황제(神武天皇祭)날로부터 실시된다.

여자가 있다 혼자가 아니다 둘이다 두 여자의 이름이 가족의 이름에 끼어들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밤에는 끼어들 수 있다 집안까지 자는 방까지 잠들지 못한다 아내도 자지 않는 것 같다 우리는 벌써 1년 이상이나 소리없는 싸움을 하고 있다 아내는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얘기하지 않는다 변명도 늘어놓지 않고 구실도 둘러대지 않는다 딸의 울음소리가 침묵을 깨뜨렸다 아내는 팔베개를 베고 왼손으로 딸의 가슴을 토닥토닥 두드리면서 자장가를 흥얼거렸다

자장자장 자는구나 은자동아 금자동아

우리 아기 잠자는데 아무 개도 짖지 마라

멍멍 개야 짖지 마라 꼬꼬닭아 울지 마라

우리 아기 잠을 잔다 우리 아기 잠든 얼굴

곱게 곱게 비춰주는 저기저기 반달이라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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