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동방특급열차'…김정일과 함께 24시간 기차여행

  • 입력 2003년 4월 11일 16시 54분


코멘트
◇동방특급열차/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 지음/성종환 옮김 236쪽 1만원 중심

2001년 7월26일, 북한 지도자 김정일을 태운 특별열차가 러시아의 국경도시인 하산역에 도착했다. 그를 맞은 사람은 러시아연방의 부총리급인 극동지구 대통령전권대표인 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였다.

기차가 광활한 시베리아를 지나 모스크바에 도착하기까지, 모스크바에서의 일정 전체, 그리고 다시 북한∼러시아 국경까지 24일 동안 풀리코프스키는 김정일을 수행했다.

이 책에서 그는 24일 동안의 김정일 수행 경험 및 이듬해 김정일의 초청으로 이루어진 평양 방문 경험을 소개한다. 가까이서 만난 북한 지도자의 면모가 특별한 호감이나 적의 없이 객관적으로 기술돼 있어 흥미를 주지만 국제관계의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는 적당히 피해가고 있어 다소 밋밋한 느낌을 지우기는 힘들다.

저자는 자신이 만난 김정일을 ‘박식하고 정보가 풍부하며’ ‘소탈한’ 사람으로 묘사한다. 세계적 언론매체와 인터넷을 통해 러시아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정보를 갖고 있었지만 가능한 한 여러 가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했다는 것.

그가 국가의 경제개혁을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당시까지 시장경제의 직접 도입에는 거부감을 갖고 있었던 사실도 확인된다.

저자는 김정일이 방러 마지막 날 국경의 하산역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보낸 전문의 내용에 깜짝 놀랐다고 고백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나는 귀하께서 공산주의자들이 러시아에서 이룩하지 못한 일을 꼭 이루시기를 바랍니다.”

물론 이 말에는 과거 소련시절 소련 집권자들이 북한과 소원한 관계를 유지한 데 대한 불쾌감이 들어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래 북한의 진로에 대해 비교적 ‘유연한’ 예상도 가능하다는 힌트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른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