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직장여성들의 불만은 “나도 당당한 사회인인데 왜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차 시중을 해야 하느냐”로 모아진다. 자존심 상할뿐더러, 사소한 일만 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일에서 점점 멀어져 능력계발 및 경력관리에 해가 된다는 얘기다. 용감한 여성은 ‘불의’에 항의하며 장렬히 사표를 던지고 나오기도 한다. 이에 대한 남성들의 반응은 대체로 황당하다는 거다. 공식적으로야 이해한다고 해도, 비공식적으로는 “차 대접한다고 손목이 부러지느냐” 등의 험한 소리도 한다. 물 한 모금을 마시더라도 꽃 같은 낭자가 떠주는 것을 먹는 게 낫다는 ‘전통적 의식구조’가 바뀌지 않은 탓이다.
▷여성학 석사학위를 받고 여성신문사 편집국장과 여성포털사이트 대표를 역임한 김효선씨는 ‘당당하고 진실하게 여자의 이름으로 성공하라’는 긴 이름의 저서에서 “사소한 데 목숨 걸지 말라”는 전략을 제시한다. 커피와 생존을 바꾸지 말라는 거다. 차 시중을 거부하는 것이 당장 정치적으로는 옳을지 모르나 실익은 없다. 인심 잃고 심하면 직장까지 잃을 수 있는 PC(Politically Correct)페미니즘의 함정에 빠진다. 지금 차 심부름 한다고 해서 천년만년 할 것도 아니고, 그 다음에는 자신이 원하는 가치 있는 일을 할 기회가 올 것이니 멀리, 길게 보는 게 낫다는 설명이다.
▷대학을 갓 졸업한 팔팔한 직장여성은 이해 못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뇌신경과학과 사회생물학의 발달은 안타깝게도 페미니즘이 인간 본성의 과학과는 정반대임을 밝혀내고 있다. 여성으로 길러지고 차별받는 것이 아니라, 우열과 상관없이 남녀는 그냥 ‘다르다’는 것이다. 남성은 일중심적이고 여성은 관계중심적이라는 것이 한 예다. 직장이라는 정글 속 생존의 법칙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자신이 진정 중요하다고 믿는 것을 위해 작은 것은 포기할 줄 아는 것도 지혜가 아닌가 싶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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