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테크노춤+노랑머리’ 모래판 새 인간기중기 최홍만

  • 입력 2003년 3월 30일 1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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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노 골리앗’ 최홍만. 2m18의 거인인 그는 씨름 실력과 춤 실력을 겸비한 모래판의 귀염둥이. 이종승기자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 2m18의 거인인 그는 씨름 실력과 춤 실력을 겸비한 모래판의 귀염둥이. 이종승기자
‘거인’은 기분이 좋을 때면 마구 몸을 흔든다. 모래판 정상에 오르는 날엔 나이트클럽에서 밤새도록 춤을 출 생각이다.

‘거인 장사’ 최홍만(22·LG투자증권). 그의 홈페이지(http://cafe.daum.net/chm6660)에 들어가면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2m18, 160㎏의 거구가 댄스음악에 맞춰 아기처럼 귀여운 표정으로 몸을 흔드는 모습은 코메디 그 자체다.

‘테크노춤을 추는 거인 장사’ 최홍만. 그의 등장으로 요즘 모래판이 시끌벅적하다. 씨름하면 먼저 갓 쓴 할아버지와 농악대 국악 등을 떠올리기 마련. 그런 마당에 테크노춤을 추는 노랑머리의 거인장사가 등장했으니 시끄러울 수밖에….

“어렸을 때부터 춤추는 게 좋았습니다. 바닷가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서태지 흉내를 내며 신나게 춤을 추곤 했습니다. 그 때 실력이죠.”

동아대를 중퇴하고 역대 신인 최고액인 계약금 4억5000만원, 연봉 4000만원에 올해 프로 씨름판에 뛰어든 최홍만. 설날장사대회와 영천장사대회에서 그는 다른 테크노춤을 들고 나왔다.

“훈련이 끝나면 음악을 들으면서 팬들과 채팅하는게 취미입니다. 음악을 많이 듣다보니 저절로 새로운 춤을 개발하게 되더군요.”

최홍만의 팬은 대부분 10,20대의 신세대들. 그의 홈페이지에는 ‘다음에는 어떤 춤을 선보일지 궁금하다’ ‘춤추는 모습이 짱이다’라는 글이 올라있다. 최홍만은 틈만 나면 컴퓨터 앞에 앉아 팬들에게 일일이 답장을 쓴다. 최근 사귄 여자친구도 홈페이지에서 채팅하다가 알게된 사이.

그렇다고 최홍만이 춤만 잘추는 ‘빈 수레’라고 생각하면 오산. 설날장사대회와 영천장사대회에서 연달아 4강전에 올랐을 만큼 씨름 실력도 ‘짱’이다.

처음 그가 프로 씨름판에 뛰어든다고 했을 때 다른 팀 감독들은 별로 신경쓰지 않았던 것이 사실. 덩치만 컸지 힘과 기술이 부족하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최홍만의 위력은 대단했다. ‘모래판의 지존’ 이태현(현대중공업)과 함께 씨름계를 양분해온 ‘골리앗’ 김영현(신창건설)을 두 번 모두 꺾을 정도였으니까.

“아마추어 무대에서는 키 큰 선수가 별로 없어 전승을 거두다시피했습니다. 프로에서는 체력 좋고 힘과 기술이 뛰어난 선배들이 많아 쉽지 않더군요.”

최홍만은 이태현을 가장 좋아하는 선배이자 가장 상대하기 힘든 선수로 꼽는다. 이태현과 올해 두 차례 대결해 모두 진 최홍만은 “당분간 이태현 선배에게 기술로 이기기는 힘들 것 같다. 힘을 더 길러 파워로 승부를 걸 생각”이라고 밝혔다.

요즘 최홍만은 구리의 LG씨름단 전용연습장에서 하루 5시간이 넘도록 땀을 흘린다. 보약 한 번 먹은 적 없는 그는 숙소에서 먹는 식사가 너무 푸짐하고 맛있어서 하루 세끼 외에 별도로 챙겨먹는 음식도 없다.

팀 적응도 어렵지 않았다. 애교스런 표정으로 인사하는 ‘귀여운 거인’은 팀 내에서 단연 인기 최고.

제주 한림이 고향인 최홍만은 사업을 하는 부모를 따라 초등학교는 서울(자양초등교), 중학교는 제주(한림중), 고등학교와 대학교는 부산(경원고→동아대)에서 다녔다. 그러다 보니 전국 방방곡곡에 친구가 많다.

샅바를 잡은 것은 송미현 동아대 씨름감독 때문. 한림중 3년 때 바닷가에 놀다가 마침 그곳으로 선수단을 이끌고 전지훈련을 간 송 감독의 눈에 띈 것. 당시 1m80이었던 최홍만은 경원고로 진학해 씨름을 시작하면서 콩나물 자라듯 키가 컸다.

지금 그의 꿈은 말할 것도 없이 모래판 최강자다. 이를 위한 첫 목표가 올 가을 백두장사 타이틀을 따는 것. “이만기 선배처럼 모래판을 지배하는 최강자가 되고 싶습니다. 그 다음에는….”

씨름 지도자가 되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다. 강호동처럼 방송계로 진출해 MC가 되는 게 두 번째 꿈이다. 어릴 때부터 재치있는 말과 춤으로 남을 웃기는 데 일가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부산한 듯 하면서 실속은 확실하게 챙기는 신세대 최홍만. 다음달 부안에서 열리는 장사대회에서 그의 현란한 테크노댄스를 기대해보자.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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