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위용/검찰독립 말과 현실

  • 입력 2003년 3월 4일 18시 41분


코멘트
법무부와 검찰에 서열 파괴형 ‘파격(破格) 인사’ 바람이 몰아치면서 이 바람이 검찰 내부의 충격을 넘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애당초 파격 인사는 노무현(盧武鉉) 정부가 천명해 온 검찰 개혁의 원동력쯤으로 치부돼 왔다. 이를 통해 불공정 편파 수사 시비 때문에 위상이 땅에 떨어진 검찰을 거듭나게 만들겠다는 것.

강금실(康錦實) 변호사가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법무부 장관에 임명됐을 때 검찰이 내놓고 반발하지 못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그런데 사법시험 17회의 정상명(鄭相明) 법무부 기획관리실장이 고검장급(사시 12∼14회)이 맡던 법무부 차관에 내정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검찰 내부에는 터질 듯한 긴장이 흐르고 있다.

검찰 수뇌부와 아무런 상의도 없이 법무차관 내정이 이뤄진 데 대해 검찰 내부는 “정치권이 말로만 검찰의 독립을 보장하고 인사를 통해 수사에 개입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인 분위기다. 파격 인사의 실체를 한꺼풀 벗겨 보면 정치권의 검찰 장악 의도가 엿보인다는 것. 대검의 한 간부는 “검사장급 이하 검찰 간부에 대한 인사도 이런 식으로 이뤄지면 누가 눈치를 보지 않겠느냐”며 청와대 등 ‘외풍의 작용’을 우려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외부의 입김이 차단된 공정 인사가 그 전제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필요충분조건 중의 하나다.

청와대가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진 이번 인사를 두고 상당수 평검사들마저 “이런 식이라면 검사 모두가 인사를 통해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청와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일부 검찰 간부들은 “‘인사를 통한 검찰권 행사의 통제’라는 강 장관의 논리는 말로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해 주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가장 확실하게 검찰을 장악하는 방안”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과연 이런 목소리들을 반개혁으로만 몰아칠 수가 있을까. 검찰 간부 전체를 타도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들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정위용기자 사회1부 viyonz@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