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침체기 투자전략]<3>지주회사의 지배구조 개선기업

  • 입력 2003년 3월 4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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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기업지배구조가 나쁘지만 앞으로 나아질 기업을 골라 주세요. 좋은 회사 지분을 많이 가져 사실상 지주회사인 회사에 투자하는 것은 어떨까요.”

최근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고객인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이런 주문을 자주 받는다. 새 정부가 지배구조를 둘러싼 기업의 잘못된 관행에 손 대면서 기업들이 지배구조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다.

송명훈 기업지배구조개선지원센터 부소장은 “기업지배구조가 좋아진다는 것은 대주주 마음대로 움직였던 기업이 소액주주를 포함한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고려해 의사결정을 한다는 뜻이어서 당연히 주가가 오른다”고 말했다.

▽LG그룹의 교훈=1일 국내 대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완벽한 지주회사 체제로 탈바꿈한 LG그룹은 전환 과정에서 이미 시장의 호응을 얻었다.

주력 기업인 LG화학은 2001년 4월25일 LG생활건강과 분리돼 지주회사인 LGCI의 자회사가 됐다. 주가는 1만3000원에서 지난달 말 3만7000원으로 184.62% 올랐다. LG생활건강 주가도 1만3650원에서 2만5500원으로 86.81% 올랐다.

박영훈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두 회사의 실적이 좋아지기도 했지만 불투명한 지배구조 때문에 주주가 손해를 볼 위험이 사라진 것도 주가가 오른 원인”이라고 말했다.

재벌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계열사간 상호출자와 순환출자 등을 통해 5% 안팎의 지분을 가진 총수가 모든 계열사를 지배하는 것.

과거 계열사 하나가 부실해지면 지분관계를 가진 전 계열사로 번졌고 실적이 좋은 계열사가 주주 몰래 다른 계열사나 대주주에게 부를 빼돌리기도 했다.

이에 비해 지주회사의 자회사들은 지배를 목적으로 상호출자를 할 수 없다. 자회사들이 동반 부실화될 위험을 원천적으로 없앤 것.

손동식 미래에셋자산운용 운용본부장은 “기업지배구조가 좋으면 다른 경영시스템도 좋다고 볼 수 있다”며 “미국에서도 기업지배구조가 좋은 기업에만 투자하는 펀드들의 성과가 다른 펀드보다 좋다”고 말했다.

▽편법 증여와 상속이 어려워지면?=지난달 24일 두산의 대주주가 대규모 신주인수권을 포기하면서 7390원하던 주가는 이틀 동안 8800원까지 올랐다.

신주인수권이 주식으로 전환돼 유통 주식수가 크게 늘어날 위험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조익재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정부가 신종사채를 이용한 편법 증여와 상속을 강력히 단속키로 함에 따라 ‘경영권 프리미엄’이 높아지는 사실상의 지주회사를 찾는 것도 투자 포인트”라고 말했다.

상속이나 증여를 위한 전환사채 및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이 줄어들면 이미 해당 기업의 주식을 가진 법인들의 주주 가치가 희석될 위험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주요 상장기업 주식 대량 보유자 현황
기업주식대량
보유자
보유지분
(%)
최종변동일
삼성
전자
삼성생명보험
삼성물산
7.01
3.84
2000. 5. 9
2002. 9. 4
SK
텔레콤
SK
SK글로벌
19.81
4.53
2002. 8. 6
2002. 8. 6
현대
자동차
현대모비스11.492001. 4. 3
자료:증권거래소 전자공시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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