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내가만난 시와시인'-'당신이라는 시'…시인이 술병을 들고…

  • 입력 2003년 2월 28일 1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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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시와시인/이문재 지음/352쪽 8800원 문학동네

◇당신이라는 시/신현림 지음/152쪽 6000원 마음산책

두 시인이 각각 다른 시인의 시와 인생, 열정과 고뇌에 따뜻하고 그윽한 시선을 맞췄다.

‘시인에 대한 관심이 곧 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문재와 ‘열애하는 심정으로 시를 읽는’ 신현림이 그 시선의 주인공이다.

이문재 시인의 책 ‘내가 만난 시와 시인’은 계간 ‘문학동네’ 1994년 겨울호부터 2002년 겨울호까지 연재된 ‘시인을 찾아서’에 수록된 글을 묶어낸 것.

강은교 이성복 황지우 김혜순 최승호 안도현 등 20명의 시인과 마주한 기록에는 그들의 섬세하고 여린, 때로는 격정적인 육성이 살아 숨쉰다. 시인에게서 기어코 시를 찾으려는 욕심을 부리지 않은 저자는 동시대를 사는 이들 시인에게서 삶과 사유를 ‘채취’하겠다는 것을 1차 목표로 삼았다.

만남의 대상에 따라 자유롭게 자신을 변주해가는 저자의 모습은 변화무쌍하다.

황지우를 만난 그는 ‘투구게’가 된다. 황 시인을 만나러 가는 길, 그는 ‘투구게 한 마리, 무등 언저리 이전헌으로 기어들어 들어간다. 가고 있다(아, 그러나 이 투구게, 시력이 흐리고 시야 또한 협소한데다가, …)’고 읊조린다. 송찬호를 만날 때는 ‘왜가리’가, 유하에게는 ‘산책자’가 된다.

시인들의 고백 또한 진솔하다. 이성복은 그가 겪었던 시와의 불화를 털어놓는다. 1년간 시와 별거했던 것은 ‘투정’이었다고. ‘시, 네가 그렇게 깨끗한 것이냐….’ 나희덕의 기억 속에서는 부채의식에 시달리던 대학시절을 끄집어낸다.

“외로운 시인이 술병을 들고 세상의 꽃인 시인들과 마주앉았다”는 김용택의 말처럼, 그들의 외로움이 마주쳐 내는 울림은 손에 잡힐 듯하다.

그동안 사진산문집, 미술에세이, 영상에세이 등 텍스트와 영상이 함께 하는 공간을 만들어 온 시인 신현림의 ‘당신이라는 시’에는 ‘신현림이 사랑하는 시’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열애하는 심정으로 시를 읽고, 사랑하는 시 속으로 사라지고 싶었다”는 그는 시의 영역을 확장해 팝송(비틀스 ‘나는 패배자’) 재즈(제시 그리어 ‘당신과 나’) 민요(아리랑) 등의 노랫말도 주저없이 포함시킨다. 시와 나란히 둔 그의 짧은 글은 직접적으로 시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내면을 조명하는 글의 행간에 시는 오롯이 숨어 있다. “하나의 시, 하나의 노래는 고고학적으로 사라진 사람, 사라진 유물을 발굴한다”고 그는 말한다. 그가 고른 시 속에서는 삶의 비밀이 피워내는 잊혀진 향내가 난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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