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재건축 공부만 했어도…"

  • 입력 2003년 2월 27일 18시 54분


코멘트
참 딱하다는 생각부터 든다.

최근 파행으로 치닫는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을 떠올리면 말이다. 갈등 구조가 얽히고설킨 실밥 덩어리 같다. 재건축조합과 건설회사, 비상대책위원회가 서로에게 고성(高聲)을 내지른다. 법정 다툼으로까지 번질 태세다.

왜 이렇게 꼬인 걸까.

갈등의 발단은 추가부담금이다. 이는 아파트를 재건축할 때 기존 주민(조합원)이 내야 하는 공사비다. 비대위는 “지나치게 많다”고 주장한다. 조합과 건설회사는 “금융비용 등 추가로 발생한 사업비 때문”이라고 맞선다.

사업 지연으로 누구에게 손해가 돌아가는지 따져보자.

조합원의 손해가 크다는 게 중론이다. 재건축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됐다면 새 아파트가 한 채씩 생긴다. 깨끗한 주거환경은 물론 웃돈(프리미엄)도 기대해볼 수 있다. 매매나 전월세로 현금화도 수월해진다. 그러나 사업이 늦어지면서 이 기회는 사라졌다. 또 조합 운영비와 건물 유지관리비는 고스란히 자기 몫으로 돌아왔다.

건설회사도 속이 탄다고 말한다.

사업이 지연될수록 재건축사업을 위한 선(先)투자비용과 공사비가 늘어난다. 물론 이는 추가부담금으로 돌아가지만 조합원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 각종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도 커진다. 회사 이미지가 훼손될 위험도 있다.

부동산 전문가에게 요즘 재건축사업의 문제점을 짚어달라고 했다.

“지난해 프리미엄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었죠. 추가부담금은 문제도 아니었어요. ‘확실한 프리미엄으로 보답하겠습니다’라는 건설회사의 현수막이 크게 보였던 시절이에요. 이젠 상황이 달라졌어요. 주택경기가 예전 같지 않아 추가부담금이 산처럼 보이기 시작한 거죠. 조합원 스스로 재건축절차에 대한 공부만 했어도….”(재건축 전문 컨설턴트)

“건설회사도 문제죠. 1998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재건축 결의를 할 때부터 추가부담금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하죠. 어슴푸레 이야기했다가 나중에 총회에서 확정하려다 보니 문제가 있죠.

또 조합원 80%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과반수 동의로 하다 보니 잡음도 생겨요. 건설회사가 판례를 몰랐을까요?”(재건축 전문 변호사)

차지완기자 ch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