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盧대통령 兄의 부적절한 처신

  • 입력 2003년 2월 27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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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친형인 건평씨가 벌써부터 인사문제와 관련해 구설수에 오른 것은 여간 실망스러운 일이 아니다. 세무공무원 출신인 그가 “능력으로 보나 장악력으로 보나 K씨가 국세청장이 되는 게 순리”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인사청탁이라고 단정할 수 없을지 몰라도 대통령 형의 발언으로는 분명히 부적절했다.

노씨는 얼마 전에도 “돈 같은 것은 절대 받지 않지만 사연이 딱하면 도와주기도 한다” “장관 시켜 달라는 사람으로부터 받아놓은 이력서 2통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구보다도 엄격해야 할 대통령 형이 그렇게 처신하고 또 이를 아무 문제가 없다는 듯 얘기해도 되는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대통령 형이라면 크든 작든 어떤 인사에도 영향력을 발휘할 생각을 해서는 안 되고, 이력서를 가져오는 사람이 있다면 추상 같은 나무람으로 문전에서 돌려보냈어야 옳다.

우리의 후진적 정치현실에서 대통령 친인척에게 줄을 대려는 사람은 적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이미 노씨 주변에는 많은 사람이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왕조도 아닌데 그에게 마을 이름을 딴 ‘봉하대군’이라는 별명까지 붙은 것이 그의 위력을 말해준다. 인사나 이권의 유혹 앞에서 친인척들이 자기절제를 못하면 이는 그대로 대통령과 국정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 친인척에게 인사나 이권을 청탁하는 것은 공정한 인사를 방해하고 기회균등의 사회정의를 그르치는 일이다.

역대 정권의 잇단 친인척비리가 얼마나 국민을 실망시키고 국정을 망가뜨렸는지 우리는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부터 여러 차례 친인척비리 엄단을 강조하고, 특히 인사청탁을 하면 패가망신까지 시키겠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이번 일이 정권 초에 불거져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노 대통령은 이를 친인척비리의 싹을 도려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노씨에게 인사청탁했던 인사를 찾아 엄중문책하는 것은 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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