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종료를 알리는 버저가 길게 울리자 그는 비로소 굳었던 표정을 풀며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전광판에 새겨진 스코어는 88-72. 김 감독이 프로 사령탑으로 100번째 승리를 맛보며 팀을 다시 단독선두로 이끄는 ‘기쁨 두 배’를 맛보는 순간이었다.
2000∼2001시즌부터 LG의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이로써 3시즌 만에 통산 100승을 달성했다. 통산 165전 100승 65패. 신선우(KCC) 최인선(SK나이츠) 김동광(삼성) 유재학(SK빅스) 감독에 이어 5번째.
하지만 김 감독은 97년 창단된 신생 LG를 특유의 용병술로 3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이끌며 값진 이정표까지 세워 승부사다운 면모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
LG는 34승15패를 기록하며 이날 경기가 없는 동양을 0.5경기차 2위로 밀어내고 3일 만에 다시 순위표 꼭대기에 복귀했다. 블랙(23점 12리바운드 6어시스트 6가로채기)이 공수에서 맹활약한 LG는 출전선수 5명이 두 자릿수 득점을 하며 100승 잔치에 고른 수훈을 세웠다.
경기 전 SK빅스 유재학 감독에게 “살살해 달라”는 농담까지 건네며 의욕을 보였던 김 감독은 쉰 목소리로 “시간이 흐르면 기록은 나오기 마련”이라면서 “동양과의 1위 싸움이 치열한 상황이라 개인적인 영광보다는 팀 성적을 먼저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화계초등학교 코치를 시작으로 무학여중 선일여고 국민은행을 두루 거치면서 ‘우승제조기’로 이름을 날린 김 감독은 이제 100승 고지를 넘어 생애 첫 프로리그 우승 고지를 향해 달리고 있다.
부천=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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