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대구, 농구경기장도 울었다

  • 입력 2003년 2월 19일 2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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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박재일(왼쪽)이 LG의 골밑을 돌파하다 조우현의 수비에 걸리고 있다. 동양과 LG 선수들은 이날 경기 시작 전 대구지하철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을 한 뒤 왼쪽 어깨에 검은 리본을 달고 경기에 나섰다.[대구=뉴시스]
동양 박재일(왼쪽)이 LG의 골밑을 돌파하다 조우현의 수비에 걸리고 있다. 동양과 LG 선수들은 이날 경기 시작 전 대구지하철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을 한 뒤 왼쪽 어깨에 검은 리본을 달고 경기에 나섰다.[대구=뉴시스]
그래도 팬과의 약속은 지켜야 했다.

지하철 대참사로 도시 전체가 슬픔에 빠진 대구. 그곳에서 19일 프로농구 동양 오리온스와 LG 세이커스전이 열렸다.

“참사 소식 이후 경기를 치러야 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예정된 경기인 데다 팬과의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차원에서 최대한 추모의 뜻을 담아 치르기로 했습니다.”
대구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고 대구시도 이날부터 23일까지를 ‘시민애도기간’으로 정한 상황에서 경기를 강행하는 것이 홈구단인 동양으로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경기를 앞두고도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 일부 직원은 “몰수패(예정된 경기에 불참할 경우 0-20의 몰수패를 당함)를 감수해야 한다”며 경기 포기를 주장했다.
논란 끝에 경기를 강행하기로 한 것은 이날 오후 1시경. 정규리그 막판이라 다른 팀들과의 경기 일정을 조정하기 어려웠던 것도 한 이유였다. 다만 시민들의 정서를 감안해 경기는 최대한 엄숙하게 치르기로 했다.
동양 선수들은 유니폼 왼쪽 어깨에 검은색 리본을 달고 출전했고 경기 직전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묵념으로 추도의 뜻을 전했다. 또 이날 입장수입 전액과 그동안 적립한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희생자 유족 및 부상자들에게 위로금으로 전달키로 했다. 경기장인 대구실내체육관 안팎에는 ‘대구지하철 화재 사고 유가족들에게 삼가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는 내용의 대형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이날 관중 수는 평일 평균관중 3500여명을 웃도는 4850명. 공동 1위팀끼리의 빅게임이기 때문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 농구코트의 마스코트로 자리잡은 치어리더 공연과 양 팀의 응원도 취소됐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양 팀의 대결은 불을 뿜었다. 이 경기에서 LG는 동양을 82-74로 꺾고 7일 만에 단독 선두에 복귀했다. 5라운드까지 동양전 1승4패로 절대 열세에 몰렸던 LG는 초반부터 변칙 수비로 동양을 밀어붙였다. 발이 느리고 체력 부담이 큰 강동희 대신 빠르고 수비가 좋은 박규현을 투입해 빠른 농구로 승부를 건 것.

여기에 용병 라이언 페리맨과 테런스 블랙의 선전도 LG에 힘을 불어넣었다. 블랙은 동양 마르커스 힉스에 31점 10리바운드를 허용했지만 20점 10리바운드 5어시스트 7가로채기로 맹활약했고 페리맨도 21점 9리바운드로 동양의 토시로 저머니(2점 9리바운드)를 압도했다. LG는 3쿼터 후반 점수차를 10점 이상으로 벌리며 단 한 차례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은 채 완승했다.

한편 SK 빅스는 부천경기에서 조니 맥도웰과 문경은(20점) 콤비의 활약을 앞세워 올 시즌 5전 전패의 수모를 안겼던 코리아텐더를 77-71로 누르고 전 구단 상대 승리를 엮어냈다. 맥도웰은 프로농구 사상 첫 개인 통산 7000득점을 돌파(통산 7033점)했고 문경은은 국내 선수로는 서장훈(삼성)에 이어 두 번째로 5000득점 고지에 올라섰다. 코리아텐더는 4연패.

원주경기에서는 6위 모비스 오토몬스가 3연승을 달리던 TG 엑써스를 97-86으로 꺾고 7위 SBS 스타즈와의 승차를 2.5경기차로 벌려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대구=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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